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새 수장으로 21일 선임된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64)은 삼성의 메모리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 중 한 명이다. 메모리 연구원으로 시작해 설계·개발 등을 주도해 온 삼성의 대표 ‘기술통’이기도 하다.
전 부회장은 한양대 전자공학과, KAIST 전자공학 석박사 출신이다. 1991년 LG반도체에 입사해 D램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다 1999년 LG반도체가 현대전자(SK하이닉스 전신)에 흡수되자 2000년 삼성전자로 옮겼다. D램 팀장(전무), D램 개발실장·플래시 개발실장·메모리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 등을 거쳐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에 올랐다.
메모리사업부장 시절엔 2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 개발을 주도했다. 2011, 2012년 삼성전자는 메모리 하강 국면과 맞물려 반도체 영업이익이 4조 원대로 하락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 부회장의 메모리사업부장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17년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은 35조2000억 원으로 상승했다.
전 부회장은 2017년 삼성SDI 대표로 옮겨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2016년 발생한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고로 분위기가 침체돼 있던 상황에서 대표 취임 첫해 흑자 전환을 주도했다. 이후 전 부회장은 소형 배터리 중심이던 사업을 자동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대형으로 확장했다. 202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반도체, 배터리 등 삼성의 중추 사업을 모두 경험한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현업에 복귀했다. 올해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의 첫 단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사업 개발의 중요성을 잘 아는 만큼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를 준비하던 전 부회장이 ‘돈을 벌어야 하는’ 사업부서를 다시 이끌게 된 것에는 그만큼 삼성전자 내부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11월 사장단 인사 이후 사장급이 맡아온 DS부문장을 다시 부회장급으로 선임하며 힘을 실어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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