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최대 반도체연구소 IMEC 지원
ASML의 핵심 기술 ‘개발 기지’
이재용 회장도 방문… 삼성과 협력
英 ‘반도체 개발-설계 선두’ 전략… “한국, 생산능력 채워줄 파트너로”
유럽연합(EU)이 역내 최대 반도체 연구소인 IMEC에 25억 유로(약 3조7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며 첨단기술의 핵심 연구개발(R&D) 기지로서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 IMEC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초미세 공정 관련 기술 협력을 하는 주요 연구소이자,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방문한 곳이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팹리스(설계업체)의 팹리스’로 불리는 ARM을 보유한 영국은 범정부적 반도체 컨트롤타워를 출범하고 반도체 기술 및 공급망 강화에 나선다.
22일 로이터통신은 IMEC가 유럽 반도체법에 따라 EU로부터 25억 유로를 지원받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IMEC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인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의 칩을 연구할 수 있는 파일럿 라인(시험 생산을 위한 라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EC는 3∼10년 뒤 상용화될 반도체 관련 기술과 장비 등을 연구하는 비영리 연구소다. 반도체 업계 ‘슈퍼을’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서 EUV 핵심 기술을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인 ‘하이 NA EUV’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인텔과 IMEC 연구소 둘뿐이다. 선진 장비와 기술의 최전선인 셈이다. IMEC와 파트너십을 맺은 반도체 업체들은 600여 곳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네덜란드 ASML, 미국 램리서치 등이 연구소에 상주 직원을 두고 있다.
2022년엔 이 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벨기에에 있는 IMEC를 방문했다. 당시 이 회장은 귀국길에 기자들을 만나 “IMEC 등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느낄 수 있었다”며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IMEC와 EUV 공정 및 2나노 후면전력공급(DSPDN) 기술 등을 협력하고 있다.
EU가 IMEC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는 반도체 첨단 기술 개발의 핵심기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IMEC에서 개발한 기술과 장비를 반도체 기업들이 활용하게 해 의존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뤼크 반 덴 호브 IMEC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기술 없이는 칩을 생산할 수 없다”며 “유럽은 칩 생산을 하기보다는 연구의 중심이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설계자산(IP) 분야의 강국인 영국은 반도체 컨트롤타워를 출범한다. 20일(현지 시간) 영국 정부는 ‘영국 반도체 인스티튜트’를 설립한다고 발표하며 “영국이 반도체 연구개발과 설계 등의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는 데 일조할 중요한 한 발짝”이라고 밝혔다. 이 기관은 10억 파운드(약 1조7300억 원) 규모 국가 반도체 전략의 집행, 산학연 협력 관리, 해외 투자 유치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영국은 반도체 공급망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으로 꼽히는 반도체 IP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인 ARM을 보유하고 있다. IP는 물론이고 화합물 반도체 분야 등 자국이 앞선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내부에서는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국 유명 연구소인 앨런튜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반도체 생산 5대 강국에 속해 영국이 부족한 반도체 생산 능력을 채워줄 파트너로 적합하다”며 “반도체 산업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