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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소보로, 부추빵으로 유명한 대전의 빵집 성심당이 서울역 구 역사에서 개최된 로컬브랜드 행사에 참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빵을 판매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지역의 특색있는 브랜드들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로컬크리에이티브 2024’ 행사를 다녀왔다. 서울의 중심이자 유동인구가 많은 문화역서울284(서울역 구 역사)에서 지난 17일에 개막해 6월 2일까지 이어진다.
성심당, 복순도가, 서피비치, 태극당 등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 부터 마계인천유니버스, 신사무디, 인천맥주 등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톡톡 튀는 이색적인 브랜드들이 두루 참가했다. 100여 개 브랜드가 등록됐으나 볼만한 곳은 40여 곳 수준이다.
1925년 준공된 서울역 구 역사(당시 경성역)에서 행사가 열려 본 전시뿐만 아니라, 역사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경성역의 과거 모습을 복원해 볼거리가 더 풍부해졌다.
튀김소보로 유명한 성심당… 빵 없이 참여해 아쉬움 남겨
성심당 전시 취재[로컬크리에이티브 2024]
로컬브랜드 전시는 총 9개 관으로 구성됐다. 서울역 구 역사 1~2층을 모두 사용해 공간을 여유롭게 꾸몄다. 대중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성심당’ 전시가 가장 상세하게 조명됐다. 성심당의 68년 역사, 2014년 프란체스코 교황 방한 당시 대접했던 빵과 커피까지 재현했다.
방문객들도 성심당 전시공간에 유독 관심이 많았으며, 공간에 오래 머무르며 사진과 글들을 꼼꼼하게 읽었다. 반면 “빵을 왜 안 파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라고 입을 모았다. 전시 주최 측에 문의해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성심당 빵과 기타 브랜드의 제품들을 폭넓게 준비하지 못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행사 주최 측 적극적인 기획 부족… 흥미로운 물품 많았으나 판매 제품 극소수
전시를 둘러보니 성심당 빵 이외에도 구매하고 싶은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판매하는 물품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넓은 서울역 구 역사를 통째로 빌려 전시를 했기에 물품을 판매할 공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비어있는 공간들도 많았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40여 개 핵심 브랜드와 제대로 소통했다면, 성심당을 비롯해 특색있는 제품들이 판매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행사에 대한 주목도 역시 훨씬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글로벌 상권 창출 프로젝트’ 콘셉트를 바탕으로 기획된 전시임에도 영어 안내 등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준비가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로 전시를 관람했던 소수의 외국인들은 한글 번역 앱을 켜서 어렵게 전시를 보았으나,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답해했다.
‘마계인천유니버스’, 인천 비하하는 표현 역 이용한 톡톡 튀는 브랜드
그럼에도 관심이 가는 이색적인 지역 브랜드들도 있었다. 인천을 연고로 하고 있는 '마계인천유니버스'가 그 중 하나다. ‘마계인천’이란 인천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범죄·강력 사건 등이 인천에서 자주 일어난다며 2000년 초반부터 인터넷상에서 쓰이기 시작한 표현이다.
마계인천유니버스는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을 비틀어, ‘인천은 남다르다’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사업을 하는 로컬브랜드다. 인천을 중심으로 브랜드 마케팅 및 행사 개최를 하고 있으며, 점차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로컬브랜드인 인천맥주와 협업해 ‘마계달리기 인천 개항로시티런’이라는 유쾌한 행사를 열기도 했다.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역 이용해 브랜드화시킨 참신한 아이디어는 이번 전시 최고의 볼거리로 평가할 수 있다.
로컬브랜드 ‘커피 전시관’… 자세한 설명으로 관심↑
커피 전시관은 역사 1층 절반 정도에 걸쳐 크게 조성돼 있다. 로컬브랜드 커피에 대한 설명도 자세한 편이다. 부산지역에서 유명세를 얻어 전국으로 진출한 모모스커피에 대한 상세한 소개, 19세기 후반 시작된 커피문화 유래와 확산경로 등 구체적이고 정통한 스토리는 눈여겨 볼만하다. 또 2006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보난자 커피와 호주 멜버른을 연고로 한 듁스커피를 소개한 부문도 인상적이다. 두 회사는 공정무역을 가치로 신선한 커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커피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술 전시관의 설명은 다소 아쉽다. 복순도가, 댄싱사이더, 너드브루어리 등 특색있는 브랜드들이 참가했지만, 자세한 설명이나 볼거리는 부족하다. 6평 남짓 작은 공간에 5개 주류 브랜드를 밀어 넣었으며, 제품들을 전시한 것 이외에 특색이 없다. 주류 시음 등 체험콘텐츠도 없어 눈으로 제품을 구경하는 것이 전부다.
행사장에서 만난 전시 관계자는 “내년에도 행사를 개최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바람처럼 전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관람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치밀한 기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 입장료는 1만2000원으로 전시가 끝나면 로컬브랜드의 음료 또는 디저트 1종을 제공하며, 상황에 따라 제품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이날은 로컬브랜드 맥주인 서울크래프트비어의 맥주 한 캔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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