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1148억 쓴 ‘한국판 뉴딜’ AI 데이터사업…결과물 3분의 1 이상 활용 불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3일 17시 10분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2023.8.17. 뉴스1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2023.8.17. 뉴스1
문재인 정부가 2020년부터 ‘한국판 뉴딜 정책’ 일환으로 추진한 ‘인공지능(AI) 데이터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돼 당시 만들어진 데이터 3분의 1 이상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이 데이터 구축에 투입된 국가 예산 1148억여 원이 낭비된 셈이다.

감사원은 23일 사업을 주도해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지능정보원)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이같이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AI 허브’란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이 AI 학습용 데이터 1300여 종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0년 사업 예산이 전년 대비 7.5배 늘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이 사업에만 총 2조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2020~2021년 진행됐던 데이터 구축사업 총 360종을 점검한 결과 이 중 33.8%인 122종의 데이터가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품질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는 ‘저품질 데이터’도 168종이나 됐다.

한 민간업체는 2020년 닭들의 행동 패턴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찍어올리는 사업을 수행했는데, 계약상 찍어올려야 하는 사진의 0.2%만 제출했다. 정부가 이 사진을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하면 기업이나 개인이 AI에게 사진들을 학습시켜 가축이 병에 걸렸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 업체는 “닭들의 다양한 행동이 담긴 사진 1000장을 올리겠다”고 해놓고는 실제로는 닭 수백 마리가 모여 있는 양계장의 사진 몇 장을 찍어 제출했다. 하지만 정보지능원은 이를 감독하지 않고 방치했다.

전국 도로의 폐쇄회로(CC)TV 교통영상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업을 수행한 한 업체는 사업비를 받고도 일부 데이터를 2년 2개월 가까이 플랫폼에 올리지 않았다. 업체가 데이터를 제대로 제출했지만 정보지능원이 이 데이터를 2년 가까이 민간에 공개하지 않고 방치한 사례도 있었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부실한 틈을 타 사업에 참여한 업체 대표가 사업비를 빼돌린 일도 발생했다. ‘가축관리용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을 위한 영상 데이터 구축 사업’을 수행하는 한 업체 대표는 사업비 38억 원 중 13억 9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여러 축산 농가와 “영상 촬영을 위한 폐쇄회로(CC)TV를 무료 설치해줄테니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해달라”고 협의했다. 그리고 그는 농가가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데이터 수집비’ 명목의 돈을 돌려받은 것이다. 감사원은 이 업체 대표에 대해 검찰에 수사 요청한 상태다.

#인공지능 데이터 구축사업#ai 데이터 구축사업#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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