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이 ‘짜장 초코파이’까지 만들어본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3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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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초코파이, 볶음밥 초코파이, 감자샐러드 초코파이… 별의별 초코파이를 다 만들어 먹어 봤죠”

21일 서울 용산구 초코파이 연구소에서 만난 강수철 연구소장(50)과 이희영 연구원(31)은 연구실 일상을 소개했다. 연구실에선 분기마다 아이디어 회의 겸 시식회를 여는데 이때마다 온갖 괴상한 초코파이가 등장한다고 한다.

강 소장은 “기성세대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 오직 어린 연구원들의 아이디어로만 시식회를 꾸민다”라며 “100개 중 1개만 통하면 대박을 터뜨린다고 생각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늘 환영한다”고 말했다.

●“50년 장수 비결은 꾸준한 도전”

1974년생 오리온 초코파이가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이했다. 현재는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 세계 57개국에 판매되고 있다. 국민 간식을 넘어 국가대표 K푸드로 성장한 초코파이를 주제로 20여년 경력의 베테랑과 3년차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막내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같은 초코파이 연구원이라 해도 경력과 나이 차이만큼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강 소장은 “단순히 달고 짠 자극적인 맛이 아닌 사골국물처럼 깊은 맛을 추구한다”며 ‘웰메이드 간식’이 돼야 함을 강조했다. 반면 이 연구원은 “초코파이도 독특하거나 자극적인 맛에 계속 도전해야 한다”며 ‘트렌드 리더’를 지향했다. 그는 “레몬이 들어가거나 상그리아로 향을 낸 초코파이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던지곤 한다”라며 “그때마다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왜?’라는 반문을 듣곤 한다”라며 웃어 보였다.

주니어 연구원들의 엉뚱한 아이디어는 ‘넥스트 초코파이’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마시멜로가 밖으로 흘러나오거나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처럼 톡톡 터지는 맛을 내는 등 재밌는 초코파이를 자주 떠올린다”라며 “올드함에서 벗어나 초코파이에 새로운 옷을 입혀보고 싶다”고 말했다.

●‘건강한 초코파이’ 선보일 것

1989년 초코파이에 ‘情(뜻 정)’이란 자아가 생겼다. 이 연구원은 초코파이 역사책을 쓴다면 첫 장은 이 장면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1980년대 유사 상품이 다수 출시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초코파이는 제품명에 情을 붙이며 ‘애정을 나누는 과자’로 마케팅에 나섰다. 당시 어린 조카가 입대하는 삼촌에게 초코파이를 주는 내용의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초코파이는 군대나 학교에서 온정을 전하는 과자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2016년 초코파이는 40년 만에 새로운 맛에 도전했다. 당시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빵집이 성장하면서 초코파이처럼 공장에서 만든 빵류 과자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었다. 이때 출시한 바나나맛 초코파이가 히트하면서 재도약에 성공했다. 강 소장은 “초코파이가 40년간 한 가지 맛을 고집해왔던 만큼 회사 내부에서도 모두 새로운 맛에 반신반의했다”며 “하지만 바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달라져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초코파이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두 연구원은 ‘건강한 초코파이’를 만드는 걸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고단백·저당·저열량 등 건강 관련 식품 수요가 커지는 만큼 초코파이도 ‘몸에 안 좋은 군것질’이란 인식에서 벗어나 ‘영양가 있는 든든한 한 끼’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올해 안에 우리들의 고민이 담긴 ‘건강한 초코파이’를 출시하려 한다”라며 새로운 제품의 등장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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