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은 주택 아닌 땅에도 있어
등기하면 제3자에 대해 대항력 생겨
선순위 임차권은 매수인이 인수해야
회사원 A 씨는 4차 매각기일을 앞둔 울산 울주군 두서면 소재의 땅을 발견했다. 최저입찰가격은 3628만 원으로 1차 감정가(1억578만 원) 대비 66%인 6950만 원이 떨어진 상태였다. 땅의 용도지역은 생산관리지역으로 특별한 규제는 없었고, 약초 재배를 하기에는 좋은 입지로 보였다. 경매에 참여하기로 하고, 권리분석에 들어갔다. 등기부를 확인해 보니, 1순위 임차권, 2순위 근저당권, 3∼5순위 압류, 6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으로 기준권리(근저당권) 앞에 선순위 임차권이 있었다. 실수요자 관점에서 땅을 매수하려고 하는데, 땅의 임차권은 무엇이며, 경매로 소멸하는 권리인지 궁금하다.
임차권이란 타인의 임차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고 임대료(차임)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권리다. 그렇지만 채권이므로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동산 임차인은 당사자 간의 반대 약정이 없으면 임대인에 대하여 그 임대차 등기절차에 협력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즉, 등기한 선순위 임차권은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라는 뜻이다. 해당 경매 물건의 경우 기준권리 앞에 나오는 선순위 임차권은 경매로 소멸하지 않으며 매수인이 인수해야 한다. 반면 기준권리 뒤에 나오는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한다.
해당 경매 물건의 매각물건명세서를 보면, 선순위 임차권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등기부의 을구 1번 임차권설정등기(2004년 4월 4일)는 소멸하지 않고 매수인이 인수하는 것으로 공시되어 있다. 임차권자는 한국전력공사로 토지의 사용 범위는 998㎡(약 301평) 중 남쪽 401㎡(약 121평)이고, 존속 기간은 철탑과 송전탑이 존속하는 동안으로 나와 있다. 실수요자 관점에서 보면 선순위 임차권이 인수해야 하는 권리는 맞다. 하지만 땅에 대한 공법상의 규제가 없고, 지상으로 지나가는 송전선로가 약초를 재배하는 데 지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특히 농지 매수가 투자 목적이 아니라면 경매로 시세보다 싸게 매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처럼 임차권은 주택뿐만 아니라 땅에도 생길 수 있다. 임차권이란 임대차계약에 의해 땅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임차인의 권리다. 임대차 등기는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동의를 받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임차권 등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임대차도 등기하면 제3자에게 대항력이 생긴다. 임대차 등기는 등기부(을구)에 임차권 설정으로 표시된다. 이때 선순위 임차권은 매수자가 인수해야 한다.
주택을 임차한 경우 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아무런 조치 없이 이사(전출)하게 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상실된다. 하지만 임차권 등기를 마치고 이사를 가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인정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