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20%의 저소득층 가구는 쓸 수 있는 돈의 약 78%를 생필품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계가 식료품을 비롯한 먹거리를 사는 데 쓰는 돈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131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0.6% 줄어든 규모다. 특히 이들 가구는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26만9000원), 주거·수도·광열(29만5000원), 보건(17만8000원) 등 필수생계비로 분류되는 분야에 74만1000원을 썼다. 세금 등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95만5000원)의 77.6%를 필수생계비로 지출한 셈이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필수생계비 지출 비중은 16.5%에 그쳤다. 치솟은 물가로 얇아진 주머니는 저소득층에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전체 가구의 씀씀이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1년 전과 똑같았다. 올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하지만 물가 상승 영향을 뺀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0.0%에 그쳤다. 이는 같은 분기 기준으로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7.4%)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사과와 배 가격이 사상 최대 증가 폭을 보이면서 과일 및 과일 가공품에 대한 실질소비지출은 11.7% 감소했다. 명목금액 기준으로는 이들에 대한 지출이 18.7% 올랐다. 과일을 사는 데 쓰는 돈은 크게 늘었지만 실제로 가계가 소비한 과일 수량은 1년 전보다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채소 및 채소 가공품에 대한 지출도 명목금액으로는 10.1% 늘었지만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0.1%였다. 채소 가격은 올 2, 3월 전년 동월 대비로 10% 넘는 오름세를 보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체감 물가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특히 저소득층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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