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차세대연구소 설립 추진
국내기업과 생산협력도 확대 예정
보잉, 서울 R&D센터서 항공AI 개발
연구원 110명→300명으로 늘리기로
글로벌 양대 항공기 제작사인 유럽 에어버스와 미국 보잉이 한국에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맞붙는다. 에어버스는 차세대 항공기술 연구개발(R&D)센터인 ITC를 한국에 설립하기로 했다. 보잉은 2019년 한국에 설립한 R&D센터 BKETC 인력 확대에 나선다.
23일 서울 중구 에어버스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바우터르 판베르스 에어버스 인터내셔널 수석부사장은 “1월 수석 부사장에 임명되고 첫 동북아 출장지로 한국을 택했다. 그만큼 한국은 에어버스에 중요한 나라”라며 “한국에 ITC 설립을 추진하는 건 한국의 역량에 대한 찬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ITC는 항공 및 우주, 방산 분야의 혁신과 협력을 목표로 하는 R&D센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어버스는 10일 ITC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에어버스가 한국에 ITC를 설립하려는 건 인재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해서다. 한국은 반도체와 연료전지, 방산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에어버스는 한국 기업 30여 개사와 협력하고 있다. 이 기업들의 납기 준수와 품질 역량은 에어버스 내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C를 중심으로 인재를 등용해 차세대 항공 기술을 확보하고 기업들과의 협력도 넓히겠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투자 규모와 센터 설립 위치, 연구 및 협력 내용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에어버스는 한국과 생산 협력도 확대한다. 에어버스가 한국 기업들로부터 사들이는 부품 등의 구매량은 연간 6억 달러(약 8200억 원) 수준이다. 판베르스 부사장은 “에어버스의 누적 주문량만 8600대다. 한 해 800대의 민항기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생산 규모가 더 커지는 만큼 뛰어난 역량을 가진 한국과 더 많은 협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보잉도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잉은 2019년 서울에 BKETC라는 R&D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한국 개발자 약 110명이 있다. 이곳에서는 120억 원 규모의 중대형 민항기 스마트 기내 개발 사업과 280억 원 규모의 민간 항공기 진단용 인공지능(AI) 시스템 개발 사업 등이 진행 중이다.
보잉은 지난달 인력 채용 확대 및 한국과 공동 R&D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AI와 항공 소프트웨어 개발 강화를 위해 고용 인력을 300여 명으로 확대한다. 또한 보잉 항공기 최첨단 생산 시스템과 도심항공교통(UAM) 핵심 기술, 항공우주용 반도체 개발, 항공우주 엔지니어링 전문 인력 육성 등에서도 한국과 협력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잉 내부에서 한국 엔지니어의 성과에 대해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브라질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도 한국과 R&D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개발자들이 매우 성실하고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한국 ‘두뇌’에 대한 세계적 기업들의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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