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6% 점유… 美-대만업체 제쳐
TSMC 62%-삼성전자 13% 달해
“中내수 호조, 실적 예상치 웃돌아… SMIC, 7나노 이어 5나노 생산 준비”
美 반도체 장비기업, 中수출 의혹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가 글로벌 시장에서 1분기(1∼3월)에 처음 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기존 5위였던 SMIC는 3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와 4위 대만 UMC를 모두 제쳤다.
2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SMI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대로 글로벌 3위에 처음 올랐다. SMIC의 1분기 매출은 17억5000만 달러(약 2조4000억 원)로 4위 UMC(17억1000만 달러)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지난해 1분기 3∼5위는 글로벌파운드리(7%), UMC(6%), SMIC(5%) 순이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MIC가 특히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가 둔화되는 흐름 속에서 홀로 중국 수요를 등에 업고 선방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1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대비 5% 감소했다. 반면 SMIC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4.3% 성장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MIC의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며 “2분기(4∼6월)에도 성장세를 이어가 연 10%대 중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MIC가 올 1분기 두 계단을 뛰어넘어 3위가 됐지만 1위 대만 TSMC, 2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TSMC와 삼성전자의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각각 62%, 13%다.
SMIC는 지난해 9월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칩 상용화에 성공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에 SMIC의 7나노 칩이 탑재된 것이다. 다만 미세회로 공정에 필수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 레거시(구형) 장비로 만들다 보니 수율(정상품 비율)이 50% 이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7나노 공정의 업계 표준 수율은 90% 이상이다. 또 TSMC와 삼성전자가 2018년부터 7나노 반도체를 양산한 것을 감안하면 아직 기술 수준은 뒤떨어져 있다.
SMIC는 그럼에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협력을 토대로 ‘파운드리 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만 IT 전문지 디지타임스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MIC는 7나노에 이어 5나노 칩 생산도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12인치(300mm) 웨이퍼 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SMIC의 전체 매출 가운데 12인치 웨이퍼 비중은 4분기 기준 2022년 64.4%에서 지난해 74.2%로 약 10%포인트 늘어났다. 12인치 웨이퍼는 이전 세대인 8인치(200mm) 대비 반도체 설계가 더 정밀해지고 생산성이 우수하다. SMIC가 그만큼 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열린 소부장미래포럼에서 “(SMIC는) EUV 등 첨단 장비가 없더라도 온갖 자원을 투입해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 기술 진보를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균열이 생긴 것도 SMIC의 기술 진보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장비기업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는 이달 미 상무부로부터 조사에 응하라는 소환장을 받았다. AMAT는 정부 규정을 어기고 한국으로 우회해 중국에 첨단 공정용 장비를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MAT의 2∼4월 중국 매출 비중은 43%로 전년 동기(21%) 대비 두 배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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