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이 자본시장 레벨업(고도화)을 위해 부실기업은 적시에 퇴출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불법 공매도를 점검, 차단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 구축에는 최소 10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사실상 올해 안에 공매도 재개가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이사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상장 기업이 2600개 정도 되는데 주요 선진국 대비 상장기업 수가 많다”며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정리가 이뤄져야 다른 건전한 기업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용역을 발주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당국과도 협의해 원칙에 맞는 상장 기업 퇴출이 이뤄지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에는 최소 10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공매도 전산 시스템 개발에는 1년 정도, 많이 단축하면 10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간 단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단축만이 능사는 아니고 얼마나 안정적인 탐지 시스템을 만드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올해 안에 공매도 재개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은 공매도 전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공매도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증시 모든 종목에 대해 금지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자율성에 기반한 인센티브 구조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맹탕’이라는 지적에 대해 “순수 자율성에 기댄 일본의 밸류업이나 중국의 규제형 밸류업과 달리 한국은 인센티브를 추가했다”며 “기획재정부 등에서 세제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고 거래소도 영문 공시 지원이나 회계 감사 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거래소는 27일 전체 상장사에 공시 안내문을 보낼 예정이다. 이에 맞춰 준비된 상장사부터 공시를 통해서 기업 정보나 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 실행 방안 등이 담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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