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원 ‘과잉 진료’도 부추겨
작년 지급보험금 14조 넘어
업계, 실손보험 적자 2조 육박
의료개혁특위 “실손보험 개선”
직장인 박모 씨(39)는 지난해 목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6개월에 걸쳐 20번의 도수 치료를 받았다. 매번 20만 원씩 총 400만 원을 썼지만 본인이 부담한 금액은 10%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는 실손보험을 가입한 보험사에 청구해 돌려받았다. 박 씨는 “병원에서 도수 치료를 권유받았다”며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통증은 사라졌지만, 자기부담금이 얼마 안 되니까 치료를 계속 진행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험업계의 연간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이 14조 원을 넘어섰다. 가입자 수는 2022년과 변화가 없었지만 지급보험금만 1조2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과잉 진료’를 부추기면서 실손보험 적자 역시 2조 원에 육박했다. 이대로 손해가 누적돼 보험료가 인상되면 선량한 계약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정부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실손보험 제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은 14조813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12조8868억 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8.5%(1조1945억 원) 늘었다.
보험금 지급 규모는 증가했지만 보험 가입자 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2022년 말 3997만 명이던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에도 같은 규모를 유지했다. 지급보험금 증가는 영양주사나 도수 치료 같은 비급여 항목에서의 치료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항목의 규모는 8조126억 원으로 2021년(7조8742억 원), 2022년(7조8587억 원)과 비교해 증가세다. 이에 따라 지난해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적자(1조9738억 원) 역시 1년 전(1조5301억 원)보다 4437억 원 증가해 2조 원에 육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다수의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서 실손보험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의료개혁 관련 주요 정책 과제 중 중장기적인 구조개혁 과제 등을 검토하고 이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된 의료개혁특위는 지난달 말 첫 회의를 열고 ‘실손보험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및 개선’을 우선 추진 의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향후 제도 개선을 통해 비급여 진료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해 의료비 누수를 막고 필수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보험업계에서는 ‘의료쇼핑’이나 ‘과잉진료’ 같은 행태가 이어질 경우 다른 선량한 계약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실손보험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쌓이는 구조”라며 “이대로라면 보험료를 높이고 보험 가입 요건을 더 깐깐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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