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휴장으로 조용한 날입니다. 그럼 모처럼 뉴욕증시를 복습해볼까요. 지난 3개월 동안 S&P500 섹터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낸 건 어느 분야일까요? 엔비디아가 포함된 IT섹터일 거라고요? 아닙니다. 바로 유틸리티 섹터입니다. 석달 수익률이 15.2%로 에너지(6.6%)나 IT(5.1%)를 크게 능가하죠.
지난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업과 국가가 기존 데이터센터를 ‘AI공장’으로 전환하면서 차세대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말했죠.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플랫폼 같은 기술기업이 AI 데이터센터 관련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 시작했는데요. 월스트리트가 유틸리티 주식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뉴욕라이프인베스트먼트의 로렌 고드윈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가 투자 가능한 기회입니다. 데이터센터 구축업체와 운영자, 전력과 유틸리티 업체 말이죠.”
사실 지난해까지 유틸리티 섹터는 암울했습니다. S&P500 지수가 24% 오른 2023년에도 유틸리티 주식은 10% 넘게 하락했죠. 지루하지만 안정적인 고배당주로 분류되던 이 섹터는 고금리 환경에선 매력이 떨어져 보였는데요. 하지만 AI 산업혁명이란 스토리가 씌워지면서 평가가 확 달라집니다. 베스포크인베스트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투자메모에서 이렇게 전합니다. “투자자들이 이제 유틸리티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AI를 실행하려면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전기차 수요와 현대의 냉난방 수요를 고려하면 지금의 전력망은 비참할 정도로 부적절해 보입니다.”
일부 유틸리티 주식은 주가 상승률이 엔비디아 못지않습니다. 데이터 서버 전문업체 버티브홀딩스(Vertiv Holdings) 주가는 올해 132%, 지난 1년 동안 427%나 뛰었죠. 공기가 아닌 물로 전력장비 열을 식히는 서버냉각 기술에서 선도적인 업체라는 게 시장이 주목한 이유입니다. 버티브의 CEO 지오다노 알베르타지는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AI가 (데이터센터) 최종 시장 전반에 걸쳐 빠르게 광범위한 주제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하죠.
전기를 만드는 발전회사도 주목받고 있죠. 미국 최대 원자력 발전 사업자인 컨스텔레이션에너지(Constellation Energy) 주가는 올해 들어 100% 상승했는데요. 막대한 전력수요를 충족하려면 원전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달 실적발표에서 이 회사 조셉 도밍게스 CEO는 “데이터 경제와 원자력 에너지는 땅콩버터와 젤리처럼 함께 어울린다”면서 여러 기업과 전력 판매를 위한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역시 발전회사인 비스트라(Vistra)와 NRG에너지(NRG Energy)의 올해 주가상승률은 각각 168%와 68%에 달합니다.
다만 AI 효과가 미리 주가에 반영되면서 이미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컨스텔레이션에너지의 경우 주가가 내년에 예상되는 주당 수익의 30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죠. 일반적인 유틸리티기업이 16~17배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요. 배런스는 향후 AI가 에너지 수요를 얼마나 늘릴지가 불확실하다(2배부터 10배까지, 기관마다 예측이 다름)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 실제 AI 대박이 유틸리티 기업 매출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By.딥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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