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 기업조사업체의 발표에 국내 기업들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해당 업체가 올해 1분기(1~3월) 분기보고서를 바탕으로 30대 그룹의 인공지능(AI) 전문 임원수를 집계해 발표했는데 실제 현황과 크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 조사업체에 따르면 그룹별 AI 임원 수는 LG가 가장 많은 55명(전체 임원수 1017명)이었고, SK 53명(1301명), KT 28명(268명), 삼성 19명(2130명), 현대자동차 6명(1471명), 네이버 4명(138명) 순이었습니다.
기업들은 해당 수치는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하기 바빴습니다. 발표 내용에는 삼성전자 11명을 포함해 삼성 전체에 AI 담당 임원이 19명 있다고 나왔습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실제로는 20명은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대표이사(CEO) 직속인 빅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삼성리서치와 삼성 SAIT(옛 종합기술원) 내 AI센터, 각 사업부의 AI 담당 임원을 모두 더한 것입니다. SAIT에 있는 임원급 ‘마스터(R&D 전문 인재)’를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도 AI 임원 4명이 실제 수치와 크게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네이버 100%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가 AI 연구를 맡는 핵심 조직인데 비상장사여서 제외됐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여기에만 이사급 이상 임원이 최소 두 자릿수 규모로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조사업체 측은 전문 임원의 기준을 AI, 플랫폼, 빅데이터 등에 직접적으로 전담하는 임원만 포함해 집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가전과 같이 세트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는 수준에서 AI 관련 업무를 맡은 임원은 제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수치가 AI 투자 및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보여질까봐 난감하다는 입장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자의적인 기준으로 뽑아낸 통계가 각 기업들을 단편적으로 평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며 “AI 관련 논문이나 특허 등 합리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치도 있는데 이번 조사 결과 발표는 다소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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