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깜짝 실적에 반도체 주가 ‘들썩’
증권사, AI반도체 ETF 상품 잇따라 출시
해외 투자 수수료 늘자 서학개미 혜택 강화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 관련 투자 상품들이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수익률 상위 20개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절반 이상을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상품이 차지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AI 산업의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엔비디아 훈풍에 국내 ETF 시장도 활황
엔비디아는 22일(현지 시간) 자체 회계연도 2025년 1분기(2024년 1월 29일∼4월 28일) 매출이 260억4400만 달러(약 35조5109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올랐다고 밝혔다. 기존 전망치(246억9000만 달러)를 크게 웃돈 깜짝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169억900만 달러로 1년 전(21억4000만 달러)보다 약 8배 규모로 늘었다.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아시아 증시에서 반도체 업계 주가는 3년여 만에 최고로 상승했다.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쿄일렉트론 등 7개 종목으로 구성된 블룸버그 아시아태평양 반도체 지수는 23일 632.24로 전날보다 1.7% 상승했다. 2021년 2월 17일(632.38) 이후 최고치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16% 오른 20만 원으로 거래를 마쳐 ‘20만 닉스’를 달성했다. SK하이닉스가 종가 기준 20만 원을 넘어선 건 사상 처음이다.
엔비디아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 국내외 AI 반도체주 상승 랠리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수익률 상위 ETF 20개 중 절반은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상품이 차지했다. 24일 기준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이 66.07% 상승해 1위에 올랐고,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과 ‘ARIRANG 미국테크10레버리지iSelect(합성)’이 각각 57.59%, 53.63% 올라 4, 5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KODEC 미국반도체MV’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KOSEF 글로벌AI반도체’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등이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반도체 산업 트렌드를 잘 반영한 ETF일수록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AI 반도체 관련 ETF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Fn반도체TOP10’은 22일 순자산 8000억 원을 돌파했다. 국내 상장된 반도체 투자 ETF 중 최대 규모다. 국내 상장된 혼합자산 ETF 상품 중에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의 순자산(1091억 원)이 21일 종가 기준 지난해 말 대비 720억 원 증가해 혼합자산 ETF 상품 중 가장 큰 순자산 증가 폭을 보였다. 해당 ETF가 편입하고 있는 엔비디아 비중은 31.47%로 국내 상장 ETF 가운데 가장 높다.
증권사들은 AI 반도체 ETF 라인업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ETF 중 최대 규모인 ‘SOL AI반도체 소부장’을 운용하고 있는 신한자산운용은 ‘SOL 미국 AI반도체 칩메이커’와 ‘SOL 미국 AI소프트웨어’를 잇따라 출시했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전략팀장은 “앞서 엔비디아가 3월 공개한 차세대 AI 칩 블랙웰이 올 하반기(7∼12월) 본격 출시되는 데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글로벌 기업의 예비 수요가 넘치고 있어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말한 ‘다음 성장의 물결’을 기대할 만하다”며 “엔비디아라는 개별 종목의 단기 주가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AI라는 거대한 전방산업, 그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칩메이커 기업을 꾸준히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 “서학개미 잡아라”
AI 기업들의 놀라운 성장세에 해외 증시가 활황을 맞으면서 직접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시장에 투자한 대외 금융자산 규모는 2조3725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10∼12월·2조3317억 달러)보다 408억 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의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1282억8000만 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40.4% 늘었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거래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도 급증하면서 해외 주식 위탁매매가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은 27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늘었다. 특히 신한투자증권(88%), 한국투자증권(71%), 토스증권(66%), KB증권(52%), 삼성증권(48%) 등이 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수료 수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서학개미 모시기’에 나서면서 서학개미들을 대상으로 한 혜택 및 이벤트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증권사는 해외 주식 매매 수수료를 0%로 설정하거나 해외 주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자사 최초로 신규 거래 고객 또는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미국 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1달러당 0.5원 수준의 환전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환전 절차를 자동화한 글로벌 바로 매매 서비스를 통해 서학개미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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