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보다 아기 4000명 적게 태어나
3월 출생아 수 첫 2만명 밑돌아
팬데믹시기 혼인 감소도 영향 미쳐
사망 더 많아 18분기 연속 자연감소
올 들어 3개월 동안 태어난 아기 수가 1년 전보다 4000명 가까이 줄며 1분기(1∼3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3월 한 달간 태어난 아기 수도 처음으로 2만 명을 밑돌았다. 통상 1년 중 출생아 수가 가장 많은 1분기부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다시 쓰면서 연간 합계출산율이 올해 처음으로 0.6명대로 하락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 “올해 연간 출산율 0.6명대 진입”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474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994명(6.2%) 줄어든 규모로 역대 1분기 중 가장 적은 숫자다. 분기별 출생아 수는 지난해 1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로 5% 넘는 감소 폭을 이어가고 있다. 3월 출생아 수만 따로 떼서 봐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3월 출생아 수는 1만9669명으로 전년보다 1549명(7.3%) 감소했다. 3월 한 달 동안 태어난 아기 수가 2만 명에 못 미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올 1분기 0.76명이었다. 이 역시 역대 1분기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분기 합계출산율이 0.8명대가 안 된 것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통상 출생아 수는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율은 연말까지 더 떨어져 올해는 0.6명대에 진입할 것”이라며 “가임 여성 수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반적인 저출산 흐름 속에 팬데믹 시기 혼인 감소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0.6명대의 합계출산율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전망한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중위 추계 기준)이다. 정부는 2022년 8월 이후 혼인이 약 1년간 증가세를 보인 점 등을 근거로 올 하반기(7∼12월)에 출생아 수가 반등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 “저출산 지원, 덜어내는 것도 중요”
1분기 사망자 수는 9만3626명으로 1년 전보다 4650명(5.2%) 늘었다. 이에 따라 인구는 3만3152명 자연 감소했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자연 감소는 2019년 4분기(10∼12월)부터 18개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3분기(7∼9월)부터는 3개 분기 연속으로 인구 자연 감소 규모가 3만 명을 넘었다.
초저출산 흐름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재정 투입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구조개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저출산 예산과 관련해 “재정 투입도 중요하지만 기존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덜어내는 것도 더 투입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며 “제대로 된 재정을 지원하자는 데 동의하지만 기존 지원에 대한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신설하겠다고 나선 저출생대응기획부에 대해선 “일차적인 예산 심의권을 넘기는 등 취지가 최대한 달성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도 했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세대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출산율이 감소하면 고령화 인구가 늘어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관련 제도들이 모두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어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된다”며 “젊은층에게 단순히 저리의 돈을 빌려줄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고 공공서비스를 통해 육아 부담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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