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
‘해양국가’ 한국, 통합해양교과서 발간하고 생애주기별 교육
국립해양박물관 등 체험형 시설 늘려 지역 교육 기회 확대
흔히 한국의 지리적 특징을 설명할 때 삼면이 바다로 이뤄진 나라라고 한다. 그만큼 바다는 한국 국민들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전국 19세 이상 성인 3000명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대한민국은 해양국가라고 대답했다. 한국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나라인 데다 이런 바닷길을 수출길로 삼아 국제 교역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왔기에 이런 대답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바다’는 해양 영토, 해양 생태계와 환경, 수산업이나 해운업, 항만 등 자연환경부터 관련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이들 각 분야를 국민들이 모두 깊이 있게 이해하고 친숙하게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는 2017년 발간된 ‘모두를 위한 오션 리터러시’를 통해 ‘바다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우리가 바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 즉 ‘오션 리터러시’를 각 국가의 상황에 맞춰 정립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31일은 ‘제29회 바다의 날’이다.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해양수산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바다의 날(매년 5월 31일)은 1996년 해양수산부가 출범하며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다. 특히 최근의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탈탄소 움직임에서 바다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바다의 날을 맞아 바다의 역할에 새롭게 주목하고, 우리 국민들의 오션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다와 직접 만나며 오션 리터러시 함양
2002년부터 국제사회에서는 오션 리터러시 확산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미국의 해양과학자들과 교육 전문가들은 일반 국민들의 해양과학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해양과학을 국가 무상교육과정(K-12 classroom)에 편입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Ocean of Life’라는 오션 리터러시에 관한 최초의 온라인 콘퍼런스 개최로 이어져 오션 리터러시의 기본 개념을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해양과학교육센터, 해양과학교육자협의회, 시그랜트대학 프로그램 등 해양교육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로 이어졌다.
현재 UN은 해양과학 10개년(2021∼2030년) 이행의 핵심 요소로 오션 리터러시 함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와 함께 초·중등 학교교육을 통한 오션 리터러시 함양을 주요 목표로 해양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2020년), 국립해양박물관(2012년), 국립해양과학관(2020년), 해양생물자원관(2015년) 등 해양 문화시설 건립, 생애주기별 해양교육을 위한 유아용 해양교육 놀이교재 개발, 고등학교 해양교과서 개발(2024년) 등 한국 국민의 오션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제도, 인프라, 교육 콘텐츠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
이 중 부산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은 해양 문화유산을 수집·발굴하고 보존·연구하는 한편 일반에 전시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상설전시실에는 한국 해양문화유산뿐 아니라 각종 항해 도구와 세계와 국내의 항해 선박 등 전 세계 선박 발전사를 배울 수 있는 각종 전시물이 갖춰져 있다. 또 수족관에는 해양생물 약 70종, 1000여 마리를 관람할 수 있고, 실감형 미디어아트 전시인 ‘오션바이오아트관’도 갖춰져 있다. 박물관 내 해양도서관은 지난해 12월 기준 5만4000여 권의 해양 분야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경북 울진군에 있는 국립해양과학관의 경우 한국의 해양과학 기술 역사를 담은 전시와 함께 바다 위를 걷는 393m 길이 스카이워크, 동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수심 6m의 실제 바닷속 전망 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체험형 바다 교육이 가능하다. 충남 서천군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실험 연구실과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어 해양생물자원의 수집 보존 및 전시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인천 중구에서 올해 개관 예정인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주로 수도권 지역의 해양 문화 확산 거점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충북 청주시에 건립되는 미래해양과학관 역시 중부 내륙 지역에서도 해양 환경, 개발, 과학에 대한 정보와 체험, 교육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오션 리터러시’ 정규 교육에도 편입
국내 오션 리터러시 확산을 위한 가장 중요한 통로가 학교 교육 시스템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신춘희 한국해양교육연구회장은 “일본이나 대만 등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초·중·고에서 일정 시간을 해양 교육에 할애하고 있다”며 “한국은 교육부 정규 과정에 해양 교육 내용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학생들이 해양 교육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발간된 고등학교 통합해양교과서인 ‘인간과 해양’은 이 같은 정규 교육에서의 오션 리터러시 확산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개발된 이 교과서는 해양문화, 과학, 산업, 안전, 환경 등 해양수산 전 분야를 포괄하는 통합 교과서다. 이 과목은 올해 1학기 완도수산고에서 정규교과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구성된 유아용 해양교육 교재도 개발돼 있다. 해양교육포털 교육자료실에서 원본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다. 바다의 색, 소리 등 오감으로 느끼며 친숙해지기 위한 ‘바다를 느껴요’, 해양생물과 생태계, 선박 등 바다에서 보이는 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바다가 궁금해요’, 항로, 등대, 환경보호 등 바다를 지키고 함께하기 위해 알아야 할 활동을 놀이활동으로 구성한 ‘바다와 함께해요’로 구성돼 있다. 이달 18일에는 개발된 교재로 세종시 다빛유치원에서 공개 수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직업능력연구원 김영생 선임연구위원은 “바다는 전 세계와 연결되며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터전으로 바다를 이해하는 것은 영토 중심의 관점을 확장해 보다 넓은 진로와 경력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 환경 등 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다 생태와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 만큼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오션 리터러시가 성공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학교를 비롯한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커뮤니티 등 풀뿌리 활동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재도 한국해양재단 등에서 초·중·고등학생 및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해양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해양교육연구회의 해양교육관계자 워크숍, 해양교육세미나 등도 민간의 대표적인 오션 리터러시 확산 활동이다.
특히 한국해양재단 해양교육센터에서는 유아부터 장년기까지 세대별 특성이 반영된 6단계 생애주기별 해양교육 과정을 개발했다. 유아는 놀이 중심, 아동·청소년은 체험과 탐구 중심, 청년·중년은 여가 및 취미활동 중심, 장년·노년은 은퇴 후 즐길 거리 중심으로 해양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양교육 프로그램을 정규 학교교육과 연계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올해 개발된 유아 및 초등 1∼2학년용 교재를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 800여 곳에 보급하고 2학기부터 늘봄학교 프로그램으로도 확대 보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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