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고심’ 한은의 지침…“천천히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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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5월 30일 1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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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는 국내외 중앙은행이 앞으로의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가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적절한 금리 인하 시점을 가늠하기 더 힘들어진 만큼 신중한 인하 결정의 필요성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총괄팀 박영환 팀장과 성현구 과장은 30일 한은 블로그에 올린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에서 너무 빠르거나 늦은 통화정책 기조 전환(피벗)의 리스크를 점검했다.

너무 빠른 피벗의 리스크로는 △물가 목표(2%) 수렴 지연 △환율 변동성 확대 △가계부채 증가 등을 꼽았다.

박 팀장과 성 과장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공급 측면의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너무 이른 피벗이 이뤄질 경우는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느려지면서 목표 수렴 시기의 지연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계량모형을 이용해 분석해 보면 금리 인하의 물가 영향이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은 경우보다 1.5배 정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벗이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며 “특히 금리 수준이 낮을수록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기조 전환 시에 이런 특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너무 늦은 피벗의 리스크는 △수출·내수 간 차별화 심화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지목됐다.

박 팀장과 성 과장은 “통화 긴축 기조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내수 회복세가 약화되면서 수출·내수 간 차별화가 심화되고 물가 상승률을 전망 경로보다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수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지고 비은행권 대출 연체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건설사와 비은행 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이 증대되고 관련 자금시장의 리스크도 증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박 팀장과 성 과장은 “과거 로마 전성시대를 열었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를 정책 결정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며 “무슨 일이든 너무 서두르면(festina)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기다리면(lente) 타이밍을 놓쳐 의도한 효과가 약화될 수 있기에 균형적인 정책 결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런 ’천천히 서둘러라‘는 국내외 중앙은행이 앞으로의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가는 데도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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