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엔비디아 동맹”… 구글-MS 등 뭉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3일 03시 00분


美 8개사 ‘AI칩 자체 표준’ 추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미국 빅테크 8곳이 ‘반(反)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연합’을 결성했다. 창립 멤버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인텔, AMD, 브로드컴, 시스코, HP엔터프라이즈(HPE)다. AI 칩 설계 및 제조부터 AI 모델을 개발하는 최종 수요자, 서버 등 인프라 기업까지 모두 미국 업체로만 구성했다. AI 가속기(학습, 추론에 특화된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인 엔비디아의 독점을 깨기 위해 미국 중심의 AI 공급망이 만들어진 것이다.

8개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AI 가속기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기 위한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UA링크는 3분기(7∼9월) 자체 표준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UA링크에 엔비디아는 빠졌다”며 “이는 시장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지배력을 무너뜨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도했다.

생성형 AI 시장 라이벌인 구글과 MS가 손을 잡은 것도 눈에 띈다. 두 기업이 AI를 두고 공식 협력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美빅테크 3사 등 8곳 AI칩 연합… ‘원톱’ 엔비디아에 도전장


[AI 反엔비디아 연합]
엔비디아 AI가속기, 대당 5000만원… 뿔난 빅테크 중심 ‘독점 깨기’ 반란
美기업 중심 AI 공급망 강화 속내도
엔비디아, TSMC-SK와 연합 대응… 삼성은 납품 품질테스트 진행중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업계가 ‘엔비디아 대 반(反)엔비디아’ 구도로 갈리며 AI 칩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 3사를 포함한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8곳은 AI 칩 연합을 출범시키며 엔비디아가 장악한 AI 가속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I 가속기는 AI를 학습시키는 데 특화된 반도체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반도체를 조합해 만든다.

기존 최강자인 엔비디아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HBM 분야에서 각각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SK하이닉스로 구성된 ‘1위 연합군’ 체제를 내세워 기술 격차 벌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 뿔난 엔비디아 고객사 서로 손 잡아

AI 시장은 한 대당 기본 5000만 원이 넘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가격에 몸살을 앓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AI용 서버를 구축하려면 AI 가속기가 최소 수백 대에서 수천 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전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여기에 엔비디아 AI 가속기는 전용 소프트웨어 ‘쿠다’와 전용 통신 규격 ‘NV링크’를 통해서만 구동된다. 시장 독점 효과로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영업이익률은 66.7%에 달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공식 출범한 AI 칩 연합 ‘UA링크(UALink)’는 엔비디아에 뿔난 빅테크를 중심으로 일어난 ‘반란’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의 목적은 엔비디아가 독점하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새로운 세계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UA링크는 “첫 표준인 1.0은 3분기(7∼9월)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UA링크는 AI 가속기끼리의 연결을 최적화하는 ‘개방형 통신 표준’을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UA링크에는 AI 칩의 실제 수요처인 구글, MS, 메타 등 빅테크부터 AI 칩을 설계·생산하는 AMD(팹리스), 인텔(팹리스·파운드리)까지 AI 생태계를 아우르는 주요 기업이 모였다. 참여한 기업 8곳은 모두 미국 업체다. 우선 엔비디아의 ‘고객’인 빅테크 3사가 손을 잡은 만큼 AI 및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가장 큰 라이벌인 AMD가 창립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와 AMD는 AI 가속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GPU에서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80%, AMD는 19%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 2위’를 목표로 내세운 인텔이 들어간 만큼 미국 기업들이 자국 공급망 중심주의를 강화하려는 속내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엔비디아는 ‘세계 1위’ 동맹으로 독점 강화

그간 엔비디아 독점에 맞서 업계에서 다양한 합종연횡이 이뤄졌지만 UA링크처럼 구체적 계획이 공식화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3월 구글과 인텔, 퀄컴 주축으로 ‘통합가속재단(UXL)’이라는 AI 소프트웨어(SW) 컨소시엄이 구성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기술 출시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소프트뱅크가 영국 팹리스 ARM과 손잡고 AI 칩을 만든다거나,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함께 AI 가속기 ‘마하1’을 개발한다 등의 연합은 있었지만 아직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반엔비디아’ 전선에 질세라 자체 생태계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업계 최고 사양의 AI 가속기 ‘H100’ ‘H200’ 판매를 본격화한 데 이어 이보다 성능이 2배 이상 뛰어난 ‘B100’ 출시까지 앞두며 후발 주자와의 격차 벌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B100 등 ‘블랙웰’ 시리즈가 출시되면 연말부터 블랙웰의 점유율이 빠르게 성장해 전체 고사양 GPU 시장에서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 ‘CoWoS’의 생산능력이 올해 150%, 내년 7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GPU와 함께 핵심 장치로 꼽히는 HBM 시장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H100에는 HBM3(4세대), H200에는 HBM3E(5세대)가 탑재된다. 현재까지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납품을 위한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반엔비디아 연합#인공지능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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