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체계를 손질한다. 종부세 폐지는 물론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중과세율이 그 대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의 종부세는 더 이상 ‘부자세’로 볼 수 없다며 수정·보완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과세 대상이 크게 늘었고, 최대 5%에 달하는 ‘중과세율’로 국민 세 부담만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수도권 아파트 선호현상이 심화하고, 매물 잠김 등 예상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현행 종부세에 대한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을 완화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과세표준 12억 원 초과분을 기준으로 12억~25억 2.0%, 25~50억 3.0%, 50~94억 4.0%, 94억 원 초과 5.0%의 중과세율을 기본세율(최고 2.7%)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 발 더 나가 정부는 종부세 ‘폐지’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 종부세를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부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해버리면 정상적으로 열심히 사회활동하고 집 한 칸 있는 분들(중산층)이 종부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불합리한 과세 체계를 개선하되,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의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진짜 부자들만 내는 ‘부자세’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도입 취지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적용기준 금액이나 세율을 바꾸는 정도로는 주택거래 활성화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주택 실거주에 대한 종부세가 폐지되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결국 강남의 한강변 아파트 집값이 더욱 공고화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자금력이 있는 3주택 다주택자도 지방보다는 수도권 핵심 입지의 아파트를 더 사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서울 등 수도권의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되레 ‘매물 잠김’ 현상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민에게 보유세 부담을 줄여주는 건 맞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정부 당시 종부세 부담을 버티지 못해 비자발적으로 주택 매각에 나선 다주택자가 많았다”며 “보유세 부담이 줄면 다주택자 입장에선 버틸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집을 팔지 않을 수 있고, 그 결과 시장에 거래할 수 있는 유통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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