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에 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연말 첫 탐사시추”에 엇갈린 반응… 美기업에 분석 맡겨 ‘매장 가능성’ 확인
석유 42억 배럴-가스 13억t 추정… 전문가 “원유 채굴 가능량 30~40%”
1개 1000억 시추공, 최소 5개 필요… 정부 “해외社 유치” 국내기업은 신중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 결과에 대해 지질 및 에너지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는 “시추를 통해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해 볼 가치가 있다”고 한 반면 “매장 가능성과 경제성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 1000억 원이 드는 데다 탐사 성공 확률은 20% 안팎에 그친다.
● “석유 발견 가능성 구조 확인은 의미 있어”
3일 전문가들은 국내 해역에서 ‘유망구조’를 찾은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망구조란 석유나 가스 등 자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층 구조를 말한다. 자원 탐사는 지진파 등 탄성파(elastic wave)를 활용해 해저 지형과 지반, 암석 등을 파악하는 물리 탐사로 시작된다. 지진파를 지층에 보낸 뒤 반사되는 양상을 관찰해 지층의 모양을 짐작하는 절차다. 이때 지층 모양이 석유 등 자원을 품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트랩’ 구조인 것으로 판단되면 이를 유망구조로 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2005년부터 동해 심해에서 물리 탐사와 시추를 진행해 왔다. 이때 쌓은 자료에 대한 분석을 지난해 2월 미국 액트지오사에 맡겼다. 그리고 이 회사로부터 지난해 말 ‘최대 가스 12억9000만 t, 석유 42억2000만 배럴의 탐사자원량이 있는 유망구조를 확인했다’는 결과를 받았다. 탐사자원량이란 물리 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된 추정 매장량으로 아직 시추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자원량을 말한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자원이 있을지 확실하지 않지만 최소한 시추를 해서 자원이 있는지 확인할 수는 있겠다는 단계”라며 “물리 탐사에서 시추해 봐도 좋겠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시추를 시작하는 것 자체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 “섣불리 ‘산유국’ 희망 키워선 안 돼”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추정 자원량이 실제 매장량과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리 탐사 단계에서는 자원이 많아 보이더라도 실제 탐사에 돌입하면 자원이 없거나 비용을 들여 채굴할 만큼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영일만 유망구조 역시 탐사 시추를 해봐야 자원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유망구조라고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석유 탐사 성공률은 20% 내외다. 낮은 지역은 10%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탐사 시추를 통해 자원이 있다는 걸 확인하더라도 잠재 자원량에 따라 채굴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채굴해서 얻을 이익보다 발생할 비용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되면 채굴 사업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근상 한양대 자연공학과 교수는 “(영일만의 경우) 현재 수준에서 경제성까지 거론할 시점은 아니다”라며 “시추를 통해 자원 채굴에 성공해야 최소한의 경제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위치가 바다인 만큼 (경제성 판단에) 매장량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매장 자원량이 확인되더라도 이를 모두 꺼내 쓰는 건 아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땅속에 있는 자원을 얼마나 생산할 것이냐를 봐야 하는데 원유는 30∼40%, 가스는 최대 80%까지 채굴해 쓸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현시점에서 섣불리 기대를 키워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물리 탐사 단계에서 추정 자원량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면 자칫 실제 매장량이 그 정도라는 오해를 할 수 있다”며 “자원 개발 선진국인 미국 등에서는 추정 자원량 발표에 따라 자원 관련 기업 주가가 요동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물리 탐사 단계의 자원량과 실제 시추 이후 확인한 추정량을 엄격하게 구분해 용어 사용을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기업에 사업 기회 올지도 미지수”
정부는 향후 탐사에서 1개 시추공을 뚫는 데 드는 비용을 1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업부는 2026년까지 최소 5곳 이상 시추 작업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7년간 동해 심해 지층을 탐사하는 데 3억7000만 달러(약 5100억 원)가 소요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탐사 시추 성공률은 20% 정도”라며 “2004년 상업 생산을 시작한 동해 가스전의 경우 10번 실패하고 11번째 상업 생산에 성공했지만 이번에 발견한 영일만 유망구조는 심해 지형인 만큼 (동해 가스전처럼) 10번씩 시도할 여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에너지 개발 업체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심해에서 정확히 어느 지역에, 어떻게 구멍을 뚫어 탐사에 나설지 등 검토·분석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상업 개발에 들어가려면 지금부터 최소 10년은 걸리는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에 사업 기회가 주어질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해외 메이저 자원 개발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국내 자원 개발 업체 관계자는 “만약 업체 선정이 진행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외국 업체들과 컨소시엄(협력체) 형태로 참여를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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