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등 국내 47개 기업-기관 등… 전세계 바이오 기업 1만여곳 참가
삼바 부스에 첫날 참관객 1000여명
미중 갈등에 CDMO 3위 中기업 불참… 위탁개발생산 수주 경쟁 치열해져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박람회에 중국 주요 기업들이 불참했다. ‘바이오 업계의 TSMC’로 불리며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도 빠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의 공백을 노리며 적극적인 수주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국바이오협회(BIO)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 박람회인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이 3일(현지 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막했다. 6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 행사에는 전 세계 바이오 기업 1만 개 이상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총 47개 기업 및 기관이 부스를 마련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매년 가장 큰 부스를 선보였던 중국 우시바이오의 부재다. 우시바이오는 중국의 대표적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2%(2023년 상반기 기준)에 달하는 세계 3위 기업이다. CDMO는 바이오 의약품의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반도체에 비유하자면 파운드리 기업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우시바이오는 2020년부터 이 행사에 참석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에 우시바이오를 적시하자 올해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내 대표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시바이오의 부재로 인한 수혜를 가장 많이 볼 것으로 전망된다. 부스 한쪽 벽면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과 향후 공장 증설 계획을 전시했다. 이날 회사 부스에는 CDMO 서비스에 관심 있는 참관객 1000여 명이 다녀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생물보안법의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고객사의 문의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행사 전에 확정된 미팅만 85건으로, 이런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사 이후 글로벌 제약사를 포함해 총 206건의 CDMO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량은 60만4000L다. 5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4월에는 78만4000L까지 늘어나게 된다.
한국바이오협회와 KOTRA가 함께 운영하는 한국관에 입주한 소규모 바이오 기업 역시 활발한 파트너링을 이어갔다. 국내 CDMO 기업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생물보안법 통과를 앞두고 중국 기업이 맡고 있던 수주 물량을 발굴하는 것이 이번 행사에 참가한 주된 목표 중 하나”라며 “미국에 항체의약품을 수출하려는 제약바이오 기업들과의 미팅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물량을 노리는 일본 기업들 역시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후지필름은 부스에서 참관객을 대상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건설 예정인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올해 바이오 업계의 ‘핫 이슈’로 떠오른 비만치료제와 대사이상지방간염(MASH)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비만치료제로 큰 이익을 본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등이 대사질환 쪽으로 약물 후보물질을 확장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의 기술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해외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내년 바이오 USA에서는 제약바이오 외에도 그린 바이오(농업), 화이트 바이오(친환경 에너지)까지 참가 기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갈수록 에너지, 식량 문제가 중요해지며 바이오 산업 범위를 확장하고 안보 차원에서도 논의해 보자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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