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과 합작 최첨단 배터리 공장
테네시 ‘얼티엄셀스’ 현장 가보니
전공정 자동화로 최단기간 기록… GM “최고의 파트너” 치켜세워
최고급 캐딜락 ‘리릭’ 배터리 장착… LG 3社, 美 전진기지 구축 박차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주도(州都) 내슈빌에서 남동쪽으로 40분가량 차로 달린 끝에 도착한 스프링힐시. 축구장 35개 크기의 거대한 공장에는 외부엔 파란색 글씨로 ‘얼티엄셀스(Ultium Cells)’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이곳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GM이 50%씩 투자한 합작사 얼티엄셀스가 미국에 건설한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이다. 올해 3월 가동된 이 공장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방진복을 입고 공장에 들어서자 투명 칸막이 안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로봇 팔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얼티엄셀스는 배터리 셀 코팅과 전극 부착부터 파우치에 양극재 및 음극재를 겹겹이 포개 넣은 뒤 전해액을 주입해 포장하는 패키징까지 공정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각 공정에는 여러 대의 모니터가 설치돼 있으며 생산 라인을 통과하는 중간 제품의 수치와 무게가 입력돼 규격에 어긋난 제품이나 이물질을 감지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최첨단 배터리는 한 번 완충하면 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전기차인 캐딜락 ‘리릭’에 장착된다. 리릭은 최하위 트림 차량 가격이 5만8000달러(약 8000만 원)에서 시작되는 고급 전기차다. 지난해 미국에서 1만 대가량 판매돼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GM 측 최고 책임자인 크리스 드소텔스 공장장은 자사 최고급 차량인 리릭에 얼티엄셀스 배터리를 장착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랜 경험과 차별화된 기술을 갖춘 최고의 파트너”라며 “하이엔드(최고급)급 차량 리릭의 출시는 GM과 LG의 오랜 파트너십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크게 늘면서 숙련 근로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LG에너지솔루션은 자동화와 가상환경을 통한 직원 교육 등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조기 안정화를 추진했다.
실제로 이날 생산라인 옆에 마련된 시뮬레이션룸에는 공정별로 발생할 수 있는 불량과 이에 대한 대응법을 교육하는 시뮬레이터 16대를 활용한 신입사원 교육이 한창이었다. 교육 감독관인 데이미언 머호니는 시뮬레이터에 대해 “혁신적”이라고 평가한 뒤 “일주일의 시뮬레이터 훈련 뒤에는 라인에서 참관하고, 선임의 감독하에 서서히 더 많은 업무를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공정 관리로 총생산량 대비 품질 기준을 충족한 완제품 비율을 뜻하는 수율은 공장 가동 한 달 만에 90%를 넘어섰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18년 완공한 폴란드 공장에서 이 같은 수율을 맞추는 데 1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득 제2공장 법인장은 “30년 이상 쌓아온 풍부한 양산 경험 및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역대 최단기간에 90% 이상의 수율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얼티엄셀스는 오하이오주 제1공장과 테네시 제2공장에 이어 미시간주 랜싱에 제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얼티엄셀스가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의 핵심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도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2조 원을 투자해 얼티엄셀스 등에 공급할 양극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이곳에서 2028년까지 고성능 전기차 약 60만 대분에 이르는 연간 6만 t 규모의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편 미 최대 세탁기 제조 공장인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대부분의 중간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인하우스(In-house)’ 체제를 구축했다. 미국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과 관세 인상 등 무역 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 대신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와 불량률도 낮춘다. 현재 이 공장의 자동화율은 63%로, 내년 초까지 70%로 높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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