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아프리카, 원조 대상 아닌 성장 파트너[기고/이지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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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형 KOTRA 경제통상협력본부장
이지형 KOTRA 경제통상협력본부장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69년 처음 국제사회에 등장한 이 용어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120여 개 국가를 포괄해 지칭한다. 주로 북미, 유럽 등 선진국을 뜻하는 ‘글로벌 노스’와 구분해 사용된다.

글로벌 사우스 중 아프리카의 존재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연합(AU)이 정회원으로 승인됐다. 국제사회에서 아프리카는 실용 노선을 취하면서 대륙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단순히 원조를 받는 지역을 넘어서서 장기적 이익을 도모하는 연합체로 변모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변화는 우리 기업에 기회와 과제를 제공한다. 아프리카와 협력할 때 개발 원조만을 고려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원하는 발전 방향에 맞추어 협력할 때 우리 기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일례로 케냐 정부는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해 동아프리카 정보통신기술(ICT) 허브가 되겠다는 ‘실리콘 사바나’ 개발 목표를 설정했다. 한국 정부는 유상원조를 통해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을 지원했다. KOTRA는 경제발전경험공유 사업을 활용해 케냐 콘자에 디지털미디어시티를 조성하는 경제혁신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프리카가 도움을 원하는 분야에 한국이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으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의 인구는 14억 명이다. 유엔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은 아프리카인이 차지할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2050년 15∼24세 세계 인구의 35%가 아프리카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리카는 생산가능인구가 늘고 있으므로 제조업 투자 진출의 이점이 크다.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구매력을 갖춘 신흥 중산층도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를 통한 단일 시장까지 형성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이제 아프리카는 필수 선택지가 되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세계 30%의 자원이 아프리카에 매장되어 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주로 마다가스카르 니켈 광산에서 자원을 조달하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코발트, 흑연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요한 핵심 광물이 풍부하다. 이차전지의 소재인 리튬도 짐바브웨를 중심으로 생산이 활발하다. 새로운 광물자원 수요에 걸맞은 한국과 아프리카의 전략적 협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5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행사다. KOTRA가 부대행사로 준비한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파트너십’에도 17개 국가에서 59개 바이어가 방문했다. 이제 아프리카는 단순 원조를 뛰어넘는 경제협력을 통해 한국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처럼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국과 아프리카의 경제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아프리카#성장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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