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유전’ 논란]
호주 최대 석유사, 개발 도중 포기
작년 보고서에 ‘유망하지 않은 지역’… “포트폴리오 조정과정서 한국철수 결정”
정부 “심층분석 단계 전 이미 철수”
호주 최대 석유 개발 회사 우드사이드가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구역이 “유망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철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우드사이드의 결론은 액트지오와 달리 심층 평가를 통해 내려진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 우드사이드 15년 탐사 끝에 철수
6일 우드사이드는 동아일보에 “2021년 동해 8광구와 6-1광구에 대한 3차원(3D) 물리 탐사를 완료했고 그 결과를 한국 정부에 제공했다”며 “2022년 BHP와 합병하면서 글로벌 탐사 자산 포트폴리오를 검토한 결과 한국을 포함한 몇 개의 탐사 사업에서 ‘엑시트(exit)’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해 심해 탐사가 상업적으로 유망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현재 해당 해역에 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동해 8광구와 6-1광구는 앞서 정부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한 곳이다.
우드사이드는 2007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이들 광구에 대한 탐사를 수행했다. 우드사이드는 당시 탐사 과정에서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019년 석유공사와 각각 50% 지분으로 2029년까지 유효한 조광권을 확보하고 심해 탐사를 진행하다 지난해 1월 돌연 철수했다. 우드사이드는 2023년 반기 보고서에서 “더 이상 유망하다고 볼 수 없는(no longer considered prospective) 지역에서 철수하며 탐사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그 대상 중 하나로 한국을 적시했다.
● 미국 멕시코만 등에선 탐사 작업 지속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별도의 자료를 내고 우드사이드의 철수는 심층 분석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드사이드는 보다 정밀하고 깊이 있는 자료 해석을 통해 시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 단계인 ‘유망구조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해당 지역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떨어져 철수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높게 분석한 액트지오와 우드사이드가 서로 다른 자료를 분석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산업부는 “석유공사는 그간 축적된 탐사 자료와 우드사이드가 철수하며 넘겨준 자료, 자체 추가 탐사 자료 등을 지난해 2월 액트지오에 의뢰해 자료 해석을 진행했다”고 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비슷한 탐사 자료를 보고 분석하더라도 기관이나 전문가마다 가진 경험과 분석 근거가 달라 다양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드사이드의 경영 환경 역시 철수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지목했다. 우드사이드는 2022년 6월 호주의 자원 개발 기업 BHP사와 합병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드사이드가 한국에서 철수한 건 기존에 추진하던 글로벌 해양 프로젝트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우드사이드는 미국 멕시코만과 호주 서부 해안의 탐사 시추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호주 서쪽 해안 ‘젬트리’ 광구에 대해선 “인근 가스전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탐사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동해 심해 탐사의 유망성을 이들 지역보다는 낮게 평가한 셈이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야당 국회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자료 제공 불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