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유전’ 논란]
아브레우 “경제성 높다” 주장
가이아나 시추공 특정때 프로젝트 지휘… 韓정부에 “영일만 구조, 당시와 비슷” 의견
산업부, 심해유전 개발 담당 TF 신설
미국 액트지오의 소유주이자 고문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와 21세기 최대 심해 유전이 발견된 남미 가이아나 인근 해역이 지질학적으로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영일만 일대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그는 2015년 미국 정유회사 엑손모빌에서 일하며 가이아나 스타브룩 광구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된 시추공 ‘리자-1’을 특정하는 데 기여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아브레우 박사는 “영일만 일대 유망구조(석유, 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는 남미 가이아나 유전과 지질학적 특성이 유사하다”는 의견을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산업부에 전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 같은 내용을 7일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아나 유전은 1916년부터 약 100년에 걸쳐 탐사가 진행됐지만 성과가 없다가 2015년 엑손모빌이 스타브룩 광구 ‘리자-1’ 시추공에서 처음 석유를 발견하며 국면이 바뀌었다. 당시 이곳에선 고품질 석유를 함유한 깊이 90m짜리 사암 저류층이 발견됐다. 이후 인근에서 30개가 넘는 유전이 발견되며 가이아나는 하루 65만4000배럴(올해 초 기준)을 생산하는 산유국이 됐다. 2027년 말이면 생산량은 130만 배럴로 늘어난다. 총매장량은 석유 110억 배럴이다.
2008년 가이아나 해역 탐사에 뛰어든 엑손모빌이 이곳을 발견하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석유공사와 아브레우 박사가 현재 대표로 있는 브라질 에너지 회사 ‘FLUXUS OGE’의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아브레우 박사는 ‘리자-1’ 시추 때 스타브룩 광구 일대 지질 분석 및 매장 가능성 평가를 종합 지휘했다. 엑손모빌이 시추공 ‘리자-1’을 뚫을 곳을 특정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다. 그는 엑손모빌에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선임 기술고문(senior technical consultant)으로 일하며 지질 그룹장 등을 지냈다. 엑손모빌에서 퇴사한 이후엔 2016년 지질탐사 컨설팅 기업 액트지오를 설립해 가이아나 해역 유망구조 평가 업무를 이어서 수행하기도 했다.
‘리자-1’ 시추공은 해안에서 약 190km 떨어진 수심 1.7km 지점에 있다. 영일만 일대 유망구조 7곳이 해안으로부터 38∼100km에 분포돼 있고, 수심은 1km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그 위치나 깊이가 ‘리자-1’과 유사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영일만 일대 해역은 이미 여러 차례 가스가 발견됐거나 유·가스징후(시추 샘플 분석에서 나타난 석유·가스가 있었던 흔적)가 나온 지역”이라며 “석유나 가스가 생성될 수 있는 근원암이 있고, 자원이 이동하는 통로와 모여 있을 수 있는 지층 내 공간이 있는 등 여러 조건을 종합했을 때 가이아나 유전과 비슷하다고 (아브레우 박사가)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부는 영일만 심해 유전 개발을 담당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본격 탐사 지원에 나섰다. 산업부는 4일 인사 발령을 내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TF’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홍보TF’를 각각 새로 만들었다. 심해 유전 개발에 많은 관심이 쏠린 가운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언론 소통도 강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정부 안팎에선 하나의 사안에 대해 TF를 한 번에 2개 팀이나 신설하는 건 이례적이고, 그간 산업부에 만들어졌던 TF보다 규모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