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5000만 원 수익 내는 사람은 드물어도 100만 원 수익 내는 사람은 널렸다. 이게 다 소득으로 잡혀서 연말정산 때 인적공제를 못 받는다고 하면 개미들은 아예 투자를 하지 말라는 소리 아닌가.”
인적공제 자격 조항에 걸려
한 개인투자자가 온라인 주식투자 카페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반대하며 올린 게시물 내용이다. 내년 도입 예정인 금투세는 연간 5000만 원 초과 주식투자수익에 대한 과세를 골자로 한다. 다만 투자수익을 ‘소득’으로 정의하기에 100만 원대 수익만으로도 연말정산 인적공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금투세 도입으로 금전적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내년 금투세 시행이 현실화하면 내후년 연말정산부터는 100만 원 초과 금융투자수익을 올린 부양가족에 대해 인적공제를 받지 못할 전망이다. 현재는 부모, 배우자, 자녀 등 부양가족에게 투자수익이 있어도 인당 150만 원 인적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일반 주식매매에 따른 금융투자수익은 과세 대상이 아니며,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도 2000만 원 한도를 넘지 않으면 과세 산정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투세가 도입되면 100만 원 초과 금융투자수익이 ‘소득’과 동일한 성격을 갖기에 인적공제 대상 자격 요건 중 하나인 ‘연간 소득액 100만 원 이하’에 걸리게 된다.
일례로 연봉 8000만 원 직장인이 전업주부 배우자, 고정 수입이 없는 대학생 자녀와 함께 살고 있고, 배우자와 자녀가 각각 국내 주식투자로 1년 동안 100만 원대 수익을 올렸다면 이 직장인은 연말정산에서 72만 원(300만 원×24%)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원래대로면 근로소득액 5000만 원 초과~8800만 원 이하 납세자는 인적공제 인당 36만 원(150만 원×24%)의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표1 참조). 만약 부양가족이 주식투자를 통해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융투자수익을 얻었는데도 연말정산 자료에 인적공제 대상에 포함시켜 국세청에 제출한다면 덜 신고한 액수의 10%를 가산세로 내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5월 31일 금투세 관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중산층 과세 부작용’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금감원장은 앞서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는 건 비겁한 결정이고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이날도 부작용을 근거로 재차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금감원장은 “100만 원 이상 소득이 있는 경우 기본(인적)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분은 (금투세) 최초 설계 시 깊이 고민이 안 된 것 같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한 증권사가 자체 분석한 결과 공제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단순히 수천 명, 수만 명이 아니라 수십만 명 단위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대해 금감원도 내부적으로 분석해 수치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금투세 도입의 영향을 받는 건 연말정산만이 아니다.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국민건강보험료도 따라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는 근로소득을 제외하고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한다. 이때 비과세소득은 초과 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데, 금투세가 시행되면 금융투자수익도 과세소득이 되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료 소득 산정 범위에 들어가는 것이다.
민주당 “금투세 시행이 당론”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형평 원칙을 실현하고자 마련됐다. 10억 원 이상 대주주에게 물리는 주식양도세(차익의 20%)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5000만 원 넘는 금융투자수익을 올리면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게 주된 추진 배경이다. 당시 금투세 도입에 따른 과세 대상은 전체 개인투자자의 1%로 추산됐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최근까지 금투세를 ‘부자세’로 규정해왔다. 그러나 유예 기간을 거치면서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규모가 이전에 비해 커졌고 무엇보다 중산층에 대한 간접적 과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허점이 발견된 것이다.
민주당은 민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금투세는 이미 3년 전 입법이 결정됐고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당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금감원장은 5월 31일 “(금투세 논의 초기보다) 주식시장 참여자, 채권투자자 수가 증가했고 이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투자 비중이 늘었다”며 “그 와중에 기준금리까지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치(과세 대상 1%)를 다시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부동산 관련 세제도 선의로 설계됐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고, 가격이 안정될 줄 알았으나 되레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ISA 개설로 절세 전략 짜야
한편 금투세 시행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증권가에선 절세 방법을 안내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절세 방법은 같은 개인투자자여도 투자처, 투자 규모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방법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활용이다(표2 참조). 2016년 도입된 ISA는 하나의 계좌로 예적금, 펀드, 주식,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가 가능해 ‘만능 통장’으로 불리며, 200만~400만 원 한도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전체 금융권을 통틀어 단 1개의 계좌만 가질 수 있고 연 납부 한도는 2000만 원(5년간 1억 원)이다. 한도 초과분에 대해선 9.9% 세율로 분리과세가 이뤄진다. 22대 국회에서 ‘ISA 1인 1계좌 원칙 폐지, 연 납부 한도(4000만 원, 5년간 2억 원) 및 비과세 한도(500만~1000만 원) 상향’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은 더 커질 전망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6월 5일 전화 통화에서 “개인형퇴직연금(IRP)이나 연금저축펀드도 세액 공제 혜택이 있지만 중도 해지 시 16.5%의 높은 해지 수수료가 발생하기에 현금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6월 20일 출시되는 개인투자용 국채는 분리과세 외엔 혜택이 거의 없고 그마저도 10~20년에 달하는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적용받을 수 없어 이점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일반 개인투자자에겐 ISA 개설이 가장 확실한 절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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