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연체율 9년만에 최고…“이자도 못 갚아” 간판 떼는 식당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9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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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대출 관련 스티커가 붙어있다. 뉴스1
서울 송파구에서 닭도리탕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 씨(34)는 올해 가게 매출이 지난해 하반기(7~12월) 대비 30% 이상 급감했다. 매출 감소로 월 200만 원의 임차료(관리비 포함)는 물론이고 90만 원가량인 개인사업자대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김 씨는 “급한 대로 친구들한테 돈을 빌리며 버티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와 경기 부진 여파로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면서 은행권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9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빚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는 자영업자도 속출하면서 서울시 외식업체 폐업 규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 규모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자영업자 연체율, 2015년 이후 최고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54%로 2023년 말(0.48%) 대비 0.06%포인트 올랐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인 2021년 말(0.16%)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치솟았고, 2015년 3월 말(0.59%)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1조3560억 원으로 1년 전(9870억 원)보다 37.4%(3690억 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평균 연체율 역시 0.31%에서 0.42%로 0.11%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은 대내외 불안 요인으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취약 대출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이) 연체 우려 대출자 등에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적극적인 연체 채권 정리로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간판 뗀 서울 식당, 4년 만에 최대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는 연일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에서 폐업한 외식업체 수는 5922개로 조사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2.9% 늘었고 1분기 기준으로는 2020년(6258개) 이후 4년 만에 최대다. 폐업률(폐업 점포 수/전체 점포 수) 역시 4년 만에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타개할 돌파구도 마땅치 않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로 손실이 커진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여신 관리에 나서면서 개인사업자들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18조4000억 원으로 1년 전(23조4200억 원)보다 5조 원(21%) 가량 급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서민·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매주 회의를 진행 중이다. 관계부처와 협업해 자영업자들의 경제 여건에 대한 심층 분석을 바탕으로 맞춤형 금융지원과 채무조정, 폐업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에 금리가 인하된다 해도 현장에서 체감하기까지 시차가 있어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창업이나 운영자금 지원은 재원 마련이나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큰 만큼 폐업자금이나 재교육 지원에 집중해 원활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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