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서울에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 이른바 ‘갭투자’가 5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격이 주춤하는 사이 전고점 대비 80% 선까지 회복한 전셋값을 ‘지렛대’ 삼아 일부 투자 수요가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 아파트 갭투자는 총 52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거래(7888건) 대비 6.62% 수준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거래 비중은 종로구(12%)가, 거래 건수는 송파구(47건)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종로구 창신동 창신쌍용1단지(585가구) 101동 3층(22평)은 매매가격 5억 7500만 원, 전셋값 3억 5000만 원에 각각 거래를 체결했다. 매매와 전세 갭(차이)은 2억 2500만 원이다.
창신동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매와 전세 계약이 같은 날(23일) 동시 진행된 점에 비춰볼 때, 매수자가 세입자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른 전형적인 갭투자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방식의 갭투자는 다른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3월 16일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 411동 9층(33평) 역시 7억 500만 원의 갭으로 매매(20억 4500만 원)와 전세(13억 4000만 원) 계약이 동시 성사됐다.
과거 집값 급등 시절 성행했던 갭투자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는 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금으로 서울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탓이다. 이는 최근 1년 사이 서울 아파트값이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3.4로 전달(53.2) 대비 0.2포인트(p)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전(50.9) 대비 2.5p 오른 수치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연속 오름세다.
이런 가운데 전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대내외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집값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박상우 장관은 “지금은 갭투자나 단기 투자를 노리고 섣불리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당분간) 매매시장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불투명한 경기 전망 △고분양가 △고금리 △3기 신도시 입주 예정 등을 집값 상승의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전문가들도 중장기 집값 상승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올 상반기는 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효과로 거래량이 반짝 증가했지만, 이미 살 사람은 다 샀기 때문에 하반기부터는 실수요가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매물이 적체되는 가운데 거래량이 줄면,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호가를 낮추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러면 하반기부터 다시 집값이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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