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 할부금융 등의 사업을 하는 캐피털사의 부실채권 규모가 4조 원을 돌파하며 22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공격적으로 펼쳐 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부실이 잇따라 발생한 결과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중소형 캐피털사 몇 곳이 단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내 파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0일 금융감독원 경영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리스, 할부금융 등 51개 캐피털사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은 총 4조1810억 원으로 1년 전(2조8039억 원)보다 49.1%(1조3771억 원) 급증했다. 캐피털사의 부실채권 규모는 2001년 말(약 7조8000억 원)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캐피털사들의 주된 수익원은 자금 조달 금리와 리스, 렌털 등 대출 금리의 차이인 ‘이자 마진’이다. 캐피털사들은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보였던 2016년 이후부터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부동산 PF 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은행, 보험 등 1금융권과 달리 고위험 투자처인 중·후순위 대출과 브리지론(토지 매입 전 단기대출)에 집중하며 높은 수익을 거둬 왔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캐피털사들의 총자산 대비 부동산 PF 비중은 13.1%로 2015년 말(약 4%) 대비 크게 늘었다.
하지만 고금리 국면이 조달 비용 증가, 부동산 PF 대출 부실 등으로 이어지면서 캐피털 업계의 경영 상태는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캐피털사들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4.76%로 1년 만에 2.37%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동영호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업계 차원에서 지난해 대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추가 적립이 필요할 것”이라며 “특히 신용등급 A급 이하의 캐피털사들의 예상 손실 규모가 큰 편”이라고 진단했다.
IB 업계에서는 취약한 재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소형 캐피털 중 파산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캐피털 회사는 별도의 수신(예적금) 기능이 없어 유사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장기화되다 보니 매물로 나온 캐피털 회사를 인수하려는 기업이나 오너들이 거의 없는 편”이라며 “하반기(7∼12월) 내로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는 몇 곳의 캐피털사들이 파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