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춰주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세계적으로 ‘레켐비’ 단 한 개다. 하지만 더 강력한 신약 ‘도나네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두고 있어 두 치료제의 정면승부가 예상된다.
10일(현지 시간) FDA 자문위원회는 일라이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에 대해 만장일치로 ‘승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자문위원회는 FDA가 소집하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회의로 FDA 승인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 자문위원회가 승인을 권고한 치료제의 98%는 그대로 FDA 승인으로 이어졌다. 도나네맙 역시 무리 없이 연내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도나네맙이 FDA 승인을 받으면 바이오젠·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에 이어 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두 번째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된다. 레켐비의 연간 투약 비용은 약 3000만 원대다.
레켐비와 도나네맙은 모두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방식의 항체 치료제다. 다만 일라이릴리가 지난해 발표한 임상 3상 자료에 따르면 도나네맙의 효능이 좀 더 좋을 것으로 예상돼 시장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 임상 3상에서 도나네맙은 인지력 저하를 35% 늦췄으며, 특히 초기 단계 환자에서는 60%까지 늦췄다는 결과를 내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도나네맙이 승인되면 12개월 안에 레켐비 판매량을 넘어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1~3월) 레켐비 매출은 1900만 달러로 지난해 4분기(10~12월·700만 달러)보다 2.5배가량 늘었다. 김영수 연세대 약대 교수는 “레켐비 실적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의료진의 수요가 매우 큰 상황”이라며 “도나네맙이 출시되면 두 치료제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경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치료제 모두 뇌부종, 미세출혈 등의 부작용이 있어, 많은 제약사가 부작용을 줄인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빠르게 뒤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차바이오텍과 엔케이맥스가 세포치료제를, 유바이오로직스는 백신을, 이수앱지스는 항체 치료제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큰 개발 동력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알츠하이머 시장은 2027년 338억7200만 달러(약 46조7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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