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각생’ 애플, 오픈AI 손잡아
문자-메일 등 정보 활용해 찾아줘
“아이폰 슈퍼 사이클 시작” 분석
머스크 “회사내 애플사용 금지”
인공지능(AI) ‘지각생’ 애플이 오픈AI와 손잡고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기업 AI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개인용 디바이스의 강자인 애플과 모두 협업하며 생성 AI의 지배력을 굳건히 했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본사)에서 열린 애플의 ‘연례개발자대회(WWDC)’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AI는 무엇보다 당신의 일상과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해야 한다. 애플은 퍼스널 AI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실리콘밸리 개발자들뿐 아니라 월가 증시 분석가들의 이목이 쏠려 있었다. ‘AI 늦깎이’ 애플은 올해 시가총액 1위에서 MS와 엔비디아에 모두 추월당하는 ‘굴욕’을 겪었기에 애플의 AI 전략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 놀림받던 시리, ‘진짜’ 비서 되나
가장 큰 변화는 음성 비서 ‘시리’다. 2011년 탄생 때만 해도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오픈AI의 챗GPT에 밀리면서 놀림거리 신세였다. 하지만 이날 애플이 사전 녹화로 보여준 기능은 맞춤형 비서로 불릴 만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에 담긴 개인의 사진과 문자, 타인과 주고받은 파일, 개인 일정 등을 데이터로 활용해 맞춤형 답변 생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내가 추천한 책이 뭐였지’라고 물으면 문자나 이메일에서 아내와 대화한 기록을 바탕으로 책을 찾아준다. “주말여행에서 먹었던 음식사진만 찾아줘” “딸 공연시간에 맞추려면 팀 회의를 몇 시에 끝내야 할까” 등 사용자의 대화와 일정, 온라인 검색 등을 통해 답변을 찾아준다.
이모티콘과 AI가 만난 ‘젠모지’도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서핑보드를 타는 공룡 이미지’ ‘영웅 같은 우리 엄마’라고 문자로 입력하면 알아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이를 이모티콘처럼 쓸 수 있는 것이다. 아이폰에 없어 사용자 불만이 높았던 기능인 통화 녹음과 실시간 녹취도 가능해진다.
● “애플 장점 살렸다” vs “정보보안 위험”
애플은 올해 가을 영어 버전을 시작으로 내년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미 AI폰을 선보인 삼성전자와의 경쟁은 내년에야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애플은 오픈AI의 기술을 빌린 만큼 자체 AI 기술 수준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개인용 디바이스 기업의 강점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 아밋 다리야나니는 “애플은 AI칩에 수조 원을 지출하지 않고도 생성 AI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최신 폰에만 AI 기능을 넣어 ‘아이폰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의 시작을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 게시글을 통해 “애플이 운영체제(OS) 단계까지 오픈AI와 통합한다면 내 회사들에서 애플 기기는 금지될 것”이라며 “애플이 (우리의) 데이터를 오픈AI에 넘겨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처럼 데이터센터에서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아이폰 디바이스에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보안을 오히려 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심찬 발표에도 애플 주가는 이날 1.9% 하락했다. 경쟁사에서 이미 출시한 서비스가 많아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1년 동안 WWDC 기조연설 당일 기준 최대 낙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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