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AI 사령탑’ 신설 등 총력대응
韓, 선진국과 달리 AI인재 빠져나가
빅테크와 인재 영입경쟁서도 밀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월가에서는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향후 금융산업의 미래가 AI 기술 도입과 개발에 달려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한국 금융사들은 경직된 조직 문화와 임금 구조 탓에 AI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가 올해 4월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10만 명당 AI 관련 특허가 10.2개로 세계 1위다. AI 인력 밀도 역시 0.79%로 세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의 AI 인재 이동 지표는 ―0.3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거주자 10만 명(외국인 포함) 중 AI 인재가 0.30명꼴로 순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룩셈부르크(3.67명), 스위스(1.60명), 캐나다(0.96명) 등 선진국들이 AI 인재를 흡수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한국에서 현재 추세대로 인재 유출이 지속된다면 AI 분야에서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주요 금융사들은 AI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 전문 조사 업체 에비던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 세계 50대 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9% 많은 AI 인재를 채용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인력 증가율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JP모건은 지난해 7월 AI 총괄 담당인 ‘최고데이터 및 분석책임자’ 직책을 신설했고, 모건스탠리는 올해 3월 AI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을 신규로 임명하는 등 AI 조직에 힘을 쏟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사들은 AI 고급 인력을 영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정보기술(IT) 플랫폼인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와의 인재 영입 경쟁에서도 밀리는 모양새다. 금융권에서는 성과와 연동되지 않는 급여 체계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AI 전문가를 모셔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뜻대로 안 돼 답답하다”며 “큰 성과를 냈다고 해도 연봉을 대폭 올리거나 만족할 만한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힘든 임금 구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빅테크와 상이한 금융업의 특성과 업무 형태도 유인 장애물로 꼽힌다. 시중은행으로 이직한 AI 전문가는 “빅테크에서는 기술이 중심이니 AI 박사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지만 아직 국내 은행에서는 기술이 우선시되지 않는다”며 “AI 담당자 입장에선 ‘내가 여기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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