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촉발한 ‘제4의 물결’이 모든 영역으로 밀려오면서 해외 주요국들은 발 빠르게 AI 관련 규범과 제도를 마련해 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AI 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법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내 AI 산업 진흥과 신뢰 확보를 위한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안’(AI기본법안)은 지난달 29일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해당 법안에는 3년마다 AI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인공지능위원회 등 관련 조직을 신설해 AI 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위험 영역에서의 AI 활용에 대한 고지 의무도 규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후 1년 넘게 방치됐다. 22대 국회에서 입법이 재추진되고 있지만 국회 시작부터 여야 갈등이 고조되는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포괄적인 AI 기술 규제법 ‘AI법(AI Act)’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부터 인권침해적 AI 서비스가 금지된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AI 전 분야에 대한 규제 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일본 정부도 회의체를 설치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불확실성 해소, 거버넌스 차원에서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반도체 등 하드웨어 쪽에 지원을 집중하기보다 국내 플랫폼 산업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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