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사 자본금 1억뿐… 정부, 재정점검도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5일 01시 40분


‘통신비 인하’ 제4이통사 원점
스테이지엑스, 자본금 마련 못해
신청서엔 2050억, 등기부엔 1억원
사측 “3분기까지 내면 돼… 소송 검토”

스테이지엑스의 서상원 대표가 4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스테이지엑스의 서상원 대표가 4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를 내세우며 추진한 제4이동통신사 선정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주된 이유는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의 초기 자본금 마련에 문제가 생겨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부가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때 재무건전성 검토를 생략한 것이 화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1월 31일 28GHz(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 경매를 통해 최고 입찰액인 4301억 원을 제시한 스테이지엑스를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 선정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스테이지엑스는 선정 3개월 뒤인 5월 7일까지 필요 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청 취소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크게 3가지 문제점이다.


먼저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 신청서에 자본금이 2050억 원이라고 적었지만 현재까지 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은 1억 원에 불과하다. 스테이지엑스 측은 올해 3분기까지 자본금을 납부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과기정통부는 로펌의 법률 자문을 거친 뒤 “필요 서류 제출 시점인 ‘5월 7일에 자본금 2050억 원 납입 완료’가 필수 요건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주요 주주가 달라진 점도 문제 삼았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 주주 6곳을 명시했다. 이 중 자본금 납입을 일부 이행한 주주는 지주사 격인 스테이지파이브 1개뿐이었다. 기타 주주 4곳 중 2곳도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이는 과기정통부 인가 없이 주주 구성 및 주식 소유 비율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서약 사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과기정통부는 판단했다.

주주 자본금 납입 계획도 확정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주요 주주들에게 세 차례 자본금 납입 증빙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주주가 자본금 납입 계획을 확정해 통보한 곳은 없다.

결국 과기정통부는 14일 “스테이지엑스가 법령이 정한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선정 취소 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애초부터 정부가 자본금 납입 능력이 충분한지 살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기간통신사업 허가제를 2019년 등록제로 바꿔 재정적 능력에 대해서 별도 심사하지 않고 주파수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이 제4이통사 사업에 뛰어들지 않을 정도로 사업성이 불확실했는데, 정부가 재정적 능력을 따지지 않고 입찰을 진행하면서 결국 탈이 난 것이다.

특히 28GHz 주파수 대역은 사업성이 떨어지기에 더욱 탄탄한 재무적 능력이 필요했다. 28GHz 주파수 대역은 속도는 빠르지만 가용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통신업계는 기지국 구축 비용으로만 2000억 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 전문가는 “(스테이지엑스가) 제대로 자금을 모으지 못한 이유는 명백하다. 투자자들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주파수 대역으로 고객들에게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이날 과기정통부 발표 내용을 반박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스테이지엑스 고위 관계자는 “정당한 절차로 정당한 계획서를 냈고, 이에 따라 이행을 했다는 법률 검토 결과를 받아놓고 있다”며 “청문 절차 과정을 거친 후 그 결과에 따라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4이통사#자본금#정부#재정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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