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가 액면분할 직후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 뉴욕 증시 매그니피센트7 종목(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아마존닷컴·알파벳·테슬라) 가운데 애플,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는 이미 2020년 이후 주식을 분할해 주가 강세를 이끈 바 있다.
투자자 접근성 높이는 액면분할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증시에서는 액면분할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최근 7년 내 액면분할을 한 주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네이버, SK텔레콤, HD현대(옛 현대중공업), 카카오, 신세계인터내셔날, 에코프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카카오와 HD현대를 제외한 5곳 모두 액면분할 이후 3개월간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표 참조).
주식 액면가를 분할 비율로 나누는 액면분할은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이다. 액면분할은 유통 주식을 확대할 뿐 아니라 주가가 낮아지는 효과도 있어 소액 투자자의 접근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유동성 확대 효과까지 일으켜 주가 상승 호재로 작용한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의 긍정적 효과는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낮은 가격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어 유동성이 향상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보통 주당 가격이 100만 원을 넘는 기업은 10 대 1 이상, 100만 원 미만은 5 대 1로 액면분할을 진행한다. 2018년 5월 삼성전자는 주당 가격이 250만 원을 웃돌자 50 대 1로 액면분할을 해 주당 5만 원대로 조정한 바 있다. 이에 소액주주는 2018년 3월 약 24만 명에서 3개월 만인 6월에는 약 62만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11%가량 하락했다.
2021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 특수에 힘입어 주가가 폭등한 카카오는 5 대 1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당시 55만8000원에서 11만1600원으로 분할한 카카오 주가는 분할 후 투심이 더욱 쏠려 2개월 만인 그해 6월 역사적 신고가 17만3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그래프 참조). 당시 카카오 시가총액은 75조 원대로 급등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후 카카오는 각종 악재와 연이은 계열사 쪼개기 상장을 거듭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재 카카오 주가는 2021년 고점 대비 4분의 1 수준인 4만3000원대다.
에코프로 액면분할 이후 주가 하락
과거 사례를 보면 국내시장에서는 액면분할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밸류업’ 흐름과 주주친화정책이 부상하면서 액면분할 가능성이 큰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 종목으로는 실적이 견조하면서 주당 가격이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양식품, 포스코홀딩스, SK하이닉스 등이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5만 원 선, 삼양식품은 60만 원 선, 포스코홀딩스는 40만 원 선, SK하이닉스는 20만 원 선 등으로 주가가 높아 개인투자자 진입이 어렵다. 특히 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가장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3조6946억 원, 영업이익 1조1137억 원을 달성하며 액면분할 기대감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미국 생물보안법에 따른 수혜주로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이 액면분할로 유통 주식 수가 갑자기 늘어날 경우 오히려 대량 매도를 유발해 주가가 약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차전지 기업 에코프로와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4월, 5월 각각 액면분할을 했으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에코프로는 2월 7일 주주총회를 통해 주식을 5분의 1로 액면분할하기로 결정하자 주가가 당일에만 장중 22%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4월 25일 액면분할을 마친 에코프로 주가는 한 달간 약세를 보이며 13% 이상 하락했다. 현 주가는 액면분할에 앞서 주식 매매 거래가 정지됐던 주가인 10만3400원대 수준이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역시 5월 2일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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