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몸만 말고 마음도 퇴근’ 조직 따라 다른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7일 03시 00분


성과 압박 강한 조직에선
오히려 부작용 부를 수도
리더가 심리적 부담 낮춰줘야


‘업무 분리(Detachment)’란 업무 시간 이후 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을 뜻하는 용어다. 일종의 ‘정서적 퇴근’이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퇴근 후 업무에서 해방된 느낌, 즉 업무 분리는 직장인에게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개인의 워라밸, 조직의 성과 관리 양면에서 업무 분리는 매우 중요하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등 연구진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성과 압박이 높은 조직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퇴근 후 업무와 분리되면 다음 날 아침 직장에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높은 성과 압박이 있는 조직의 직원들에게는 업무와 분리되는 것이 조직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치심을 느낀 직원들이 오히려 업무 시간에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동료들의 부정적 인식과 평가를 피하기 위해 본인의 업무 성과를 인위적으로 부풀릴 수 있어서다.

연구진은 업무 분리, 성과 압박, 수치심, 부정행위 간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세 가지 연구를 진행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직장인 294명을 대상으로 2주간 설문조사를 했다. 분석 결과 업무 압박이 높은 직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전날 저녁에 업무에서 분리됐다고 느낄수록 그다음 날 아침 수치심을 더 많이 경험했다. 수치심을 많이 느낄수록 부정행위가 증가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직장인 368명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방법을 사용해 업무 분리와 성과 압박 조건을 조작한 후 설문을 진행했다. 여기에서도 첫 번째 연구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연구에서는 실험을 두 단계로 나눠 진행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직장인 372명을 대상으로 두 번째 연구와 동일하게 업무 분리와 성과 압박 조건을 만든 후 수치심을 측정했다. 그 결과 업무 압박이 업무 분리와 수치심 사이의 상관관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참가자 197명을 대상으로 수치심이 부정행위를 야기하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수치심과 부정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됐다.

이 연구는 조직에 따라서는 수치심과 부정행위라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퇴근 후 업무에서 해방되는 게 늘 좋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같은 결과는 실무자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조직이 성과 압박을 완화해 직원들이 퇴근 후 업무에서 해방되고 업무 스위치를 끄는 것이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험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직원들이 업무 분리에 따른 스트레스 해소, 다음 날의 성과 개선 등 다양한 효용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GE 같은 글로벌 기업처럼 성과 압박을 완화하고 직원들이 퇴근 후에도 업무 생각에 시달리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또한 관리자들과 조직이 먼저 나서서 직원들이 퇴근 후 업무 스위치를 끄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업무 분리#정서적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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