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리튬메탈 배터리용 ‘고분자 전해질’ 개발… 1000km 주행 전기차 구현에 한 발짝

  • 동아경제
  • 입력 2024년 6월 16일 22시 23분


故 굿이너프 교수 연구팀과 새 전해질 ‘SIPE' 공동개발
‘상온 이온전도·덴드라이트 현상’ 등 난제 해결
리튬메탈 배터리, 전기차 주행거리·충전 속도↑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 개발 가속 전망”
SK온, 2028년 상용화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4’ SK온 부스
SK온이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리튬메탈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고분자 전해질 개발에 성공했다. 전해질은 배터리 4대 요소(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중 하나다. 현행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해 충전하고 음극의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리다. 여기서 리튬이온을 양극재나 음극재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소재가 전해질이다. 이번에 음극재가 기존 흑연이나 실리콘이 아닌 고체 형태 리튬메탈로 이뤄진 배터리 제품에 최적화된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한 것이다. 특히 이번 전해질 개발로 리튬메탈 배터리뿐 아니라 고체 형태 배터리 개발에도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SK온은 텍사스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상온에서 활용할 수 있는 리튬메탈 배터리용 신규 고분자 전해질 ‘SIPE(single-ion conducting polymer electrolyte)’를 공동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해당 텍사스대학교 연구팀은 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 리튬이온 배터리 상업화를 가능하게 해 ‘충전의 시대’를 연 인물로 평가받는 고(故) ‘존 바니스터 굿이너프(John Bannister Goodenough)’ 교수가 이끌던 팀이다. 굿이너프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을 2배로 늘린 업계 선구자로 지난 2019년 97세 나이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최고령 노벨상 수상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해 고인이 되면서 그의 제자 하디 카니(Hadi Khani) 교수가 연구를 이어받았다. SK온과는 SK이노베이션 시절이던 지난 2020년부터 리튬메탈 배터리를 구현하기 위한 ‘고체 전해질’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전기화학분야 권위 있는 학술지 ‘일렉트로케미컬소사이어티(J.Electrochemical Society)’에도 게재됐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리튬메탈을 음극재 소재로 활용해 흑연을 사용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많은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에너지밀도가 높아 배터리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전기차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보다 긴 거리 운행을 기대할 수 있다. 리튬이온과 리튬메탈의 높은 화학적 반응과 호환성으로 인해 충전 속도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분자 전해질은 가격이 저렴하고 제조가 용이해 차세대 고체 배터리 소재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산화물계와 황화물계 기존 전해질(전해액)보다 이온전도도(Ionic conductivity, 물질의 이온전도 경향을 나타내는 척도, 수치가 클수록 이온이 움직이기 용이)가 낮아 70~80°C 고온에서만 활성화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갈 때 리튬이 음극 표면에 쌓이면서 가지모양 결정체가 생기는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도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다. 실제로 리튬메탈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먼저 시장에 나왔지만 덴드라이트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했다고 한다. 덴드라이트 현상으로 인해 리튬에서 뾰족하게 자라난 결정체가 분리막 등을 침범하면서 배터리 수명을 저하시키고 화재까지 발생할 수 있다.
SK온에 따르면 새 고분자 전해질 SIPE는 이온전도도와 덴드라이트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이온전도도의 경우 기존 고분자 전해질 대비 상온 이온전도도를 약 10배 끌어올렸고 리튬이온 운반율은 5배가량 개선해 상온에서 구동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배터리 내 리튬이온 전도도와 운반율이 높아지면 출력 등 배터리 성능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실험 결과 SIPE를 적용한 배터리는 저속 충·방전(0.1C, C는 충전과 방전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 충전 시 1C는 배터리용량 100%까지 1시간에 충전하는 속도를 의미) 대비 고속 충·방전(2C) 시 배터리 방전 용량이 77%로 유지됐다고 SK온 측은 전했다. 고체 전해질은 이온전도도가 낮아 고속 충전 시 방전 용량 저하가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현상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덴드라이트 현상은 고체 전해질 계면(Solid Electrolyte Interphase) 안정성을 높여 억제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흑연보다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는 리튬메탈을 안전하게 음극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SIPE의 내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SK온은 SIPE가 높은 기계적 내구성을 갖춰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열적 안전성이 우수해 250°C 이상 고온에도 견딜 수 있다고 밝혔다. 차세대 복합계 고체 배터리에 적용해 충전 속도와 저온 성능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김태경 SK온 차세대배터리센터장은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고분자 전해질을 적용한 고체 배터리 개발에 한층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SK온은 신규 소재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차세대배터리 분야 성장 기회를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등 2종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각각 내년과 오는 2026년 파일럿(Pilot) 시제품을 생산하고 2028년과 2029년에 상용화 시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건설 중인 황화물계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는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덴드라이트 문제를 극복하면서 고효율 리튬메탈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 ‘붕산염-피란(Borate-Pyran) 기반 액체 전해액’을 제시했다. 카이스트(KAIST) 연구팀과 협력해 작년 12월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1회 충전으로 최대 9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50% 개선)를 구현할 수 있고 4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한 수명 안정성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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