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후광설?…SK, 당시 매출성장률 10대그룹 중 9위 그쳤다

  • 뉴시스
  • 입력 2024년 6월 19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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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노태우가 SK 보호막·방패막이”
1987~1992년 SK 매출 성장률 1.8배…대우는 4.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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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SK그룹 성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후광이 있었다고 거듭 강조한 가운데 정작 당시 SK그룹 매출 성장률은 다른 10대 그룹에 비해 하위권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가 1조3800억원 재산분할 근거로 삼은 SK그룹의 6공화국 후광설과는 전혀 다른 사실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전날 설명자료를 통해 계산 오류로 인한 판결 경정에도 재산분할 비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항소심 판결문 속 결정적인 오류가 SK 측으로부터 제기되고,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해당 오류를 자진 경정한 데 이어 설명자료까지 뿌리면서 양측 갈등은 평행선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특히 재계 일각에선 항소심 재판부 이날 설명자료에서 특정 문구를 2번씩이나 반복해 작성한 배경에 주목한다.

재판부는 설명자료 2페이지에서 “원고(최태원) 부친(최종현)이 1998년 사망하기 전에 경영활동을 하면서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행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어 3페이지에서도 “원고 부친은 피고(노소영) 부친(노태우)과의 사돈 관계를 SK그룹을 경영하는 데 있어 일종의 보호막 내지 방패막으로 인식한 다음 그 당시 객관적인 측면에서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것임이 분명한 경영활동을 감행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경영활동 및 성과를 이루어 냈으며”라는 문구를 썼다.

이처럼 재판부가 2번씩이나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행위(경영활동)’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항소심 재판부가 6공화국 최종현 선대회장 경영시절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을 방패막 삼아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경영 활동’을 했다고 본 셈이다. 이런 재판부 판단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이라는 재산을 분할해줘야 한다는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재판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2심 판결에서도 “SK가 증권사 인수 및 이동통신사업을 하면서 최종현 선대회장 입장에서는 모험적이고도 위험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함으로써 성공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1987년부터 1992년까지 6공 기간 중 SK그룹의 매출 성장률은 당시 재계 10대 그룹 중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6공화국 노태우 정권 당시 SK그룹의 매출 성장률이 다른 그룹에 비해 높지 않았고 오히려 낮았다는 것이다.

SK그룹은 해당 기간 매출 성장률이 10대 그룹 중 9위였다는 입장이다.

SK에 따르면 1987~1992년 6공 기간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그룹은 대우그룹으로 1987년 7조2000억원에서 1992년 31조2000억원으로 4.3배 성장했다.

2위는 3.9배 성장한 기아(1조2000억→4조7000억원), 3위는 2.7배 성장한 롯데(1조6000억→4조3000억원)로 나타났다.

이어 4위는 11조9000억원에서 29조9000억원으로 2.5배 성장한 현대, 5위는 2조9000억원에서 6조9000억원으로 2.4배 성장한 쌍용이었다.

다음으로 한진 2.1배(2조2000억→4조7000억원)과 LG 2.1배(9조2000억→18조9000억원), 한화 1.8배(1조9000억→3조5000억원)였으며 SK는 5조3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1.8배 증가해 9위에 그쳤다는 입장이다.

◆SK “6공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 바로잡아야”
SK그룹은 이 같은 객관적인 매출 성장 자료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항소심 판결이 팩트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본다. 특히 판결 과정에서 과도한 재산분할 금액으로 최태원 회장 개인 문제를 넘어 SK그룹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고 본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6공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 특혜도 (구체적으로 어떤 특혜인지) 적시돼야 한다”며 “(오히려) 6공과의 관계는 이후 오랜 기간 SK 기업 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설과 관련해서도 “세부 내용은 없고, 비자금이 들어왔을 것이라고 치부되고 있다”며 “그런 부분을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설명회 자리에 예고 없이 등장해 직접 입장을 밝힌 최태원 회장도 “SK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지고, 6공 후광으로 SK를 키웠다는 판결은 SK 역사가 전부 부정당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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