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 신임 대표로 정형권 영입
알리바바-쿠팡 거친 재무 전문가
SSG닷컴 대표, 최훈학 내부 승진
나머지 C레벨 임원 5명도 바꿔
신세계그룹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G마켓과 SSG닷컴의 최고경영자(CEO) 포함 C레벨 임원 7명을 19일 한꺼번에 교체했다. 신세계건설 대표이사 경질 두 달 만에 이커머스 부문도 문책성 인사에 나선 것이다. 3월 취임한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실적에 따라 언제든 임원을 해임, 선임한다는 ‘수시 인사’ 방침을 밝혔고, 약 100일 만에 계열사 CEO 3명이 바뀌었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에 중국 알리바바와 쿠팡을 거친 재무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했다. 정형권 신임 대표(부사장)는 2017년부터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경력을 쌓고 쿠팡에서 재무 임원으로 일했다.
정 신임 대표는 정 회장이 졸업한 미국 브라운대에서 학사·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G마켓 최고제품책임자(CPO)인 PX본부장에는 네이버 출신인 김정우 상무를 영입했다. 신임 테크본부장에도 쿠팡 출신 오참 상무가 선임됐다.
SSG닷컴 신임 대표이사는 외부 인사를 주요 임원진에 포진시킨 G마켓과 달리 내부 인사인 최훈학 전무가 승진했다. 한국외국어대 법학과를 졸업한 최 전무는 2000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이마트 마케팅 담당을 거쳐 SSG닷컴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정통 신세계맨’이다.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계열사 대표 두 명을 동시 교체한 것은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내부에서도 “G마켓을 인수하면서 그룹 전체에 G마켓의 혁신 DNA가 이식되길 바랐지만, 오히려 G마켓에 신세계의 관행적 문화가 자리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이 활력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1분기(1∼3월) G마켓과 SSG닷컴의 매출은 2552억 원, 41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8%, 1.9% 감소했다. 그러면서 85억 원, 13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G마켓은 2021년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후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SSG닷컴도 5년째 적자다.
G마켓은 불특정 다수의 판매자가 참여하는 오픈마켓이다. 한국 오픈마켓 시장은 쿠팡과 11번가 같은 국내 기업은 물론 중국의 이커머스 기업들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이번에 알리바바, 네이버, 쿠팡 등의 외부 인재를 영입한 건 기존 리더십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강한 ‘충격 요법’을 사용한 것이다.
SSG닷컴의 경우 이마트 신선식품과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계열사 간 협업이 가장 중요한 만큼 내부 인재로 리더십 공백을 메운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CJ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물류 경쟁력을 강화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온라인 사업의 가장 큰 약점을 ‘물류’와 ‘리더십’으로 보고 있었고, CJ와의 제휴와 이번 인사를 통해 그 둘을 모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한편 CEO 교체 외에 조직 개편도 단행됐다. G마켓은 기존 PX본부로부터 테크본부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강화 역할을 맡겼다. SSG닷컴은 기존 4개 본부(D/I, 영업, 마케팅, 지원) 체제를 2개 본부(D/I, 영업)로 축소하고 마케팅본부는 영업본부로 합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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