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다툼이 계열사 ‘경영분리’로… 고려아연, 영풍과 서린상사 동업 매듭

  • 동아경제
  • 입력 2024년 6월 21일 2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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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상사 임시주주총회·이사회 개최
고려아연 측 이사회·경영권 확보
영풍 측 장세환·류해평 대표 사임
이승호 대표 재선임·백순흠 신임 대표 선임
김재선 전 서린상사 대표 복귀… 해외영업 강화

고려아연이 비철금속 해외 유통·판매 계열사 서린상사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했다. 서린상사 이사회를 장악해 사실상 ㈜영풍과 공동 경영을 매듭지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장형진 영풍 고문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갈등이 계열사 ‘경영분리’로 이어진 모습이다. 양측 갈등은 주주총회 표 대결에 이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진 상황. 고려아연은 영풍이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에서 그동안 이어진 동업이 지속될 수 없다고 판단해 그동안 함께해 온 사업적 협력을 정리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영풍 건물에 입주한 본사도 이전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계열사 서린상사가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4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백순흠 고려아연 부사장과 최민석 스틸싸이클 사장, 김영규 고려아연 상무이사, 이수환 고려아연 본부장 등이 서린상사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임기가 만료된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영풍 측 사내이사로 그동안 서린상사 공동 대표직을 맡아온 창업주 3세 장세환 대표와 류해평 대표도 이사회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류 대표가 지난달 말 물러났고 장 대표는 임시 주총이 열리기 전날 사임했다. 이에 따라 서린상사 이사회 구성은 기존 고려아연 측 4명, 영풍 측 3명에서 고려아연 측 8명, 영풍 측 1명으로 재편됐다. 남은 영풍 측 사내이사는 장형진 고문이다.

서린상사는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비철금속 해외 수출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984년 설립한 기업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호주 자회사 썬메탈 포함)와 영풍 석포제련소가 생산하는 각종 비철금속 제품의 수출과 판매를 비롯해 물류 업무를 전담해 왔다. 고려아연이 최대주주로 최윤범 회장 일가 지분이 66.7%지만 경영은 지분 33.3%를 보유한 영풍이 맡아왔다.

장형진 고문 측과 최윤범 회장 측 두 일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고려아연은 영풍과 진행해온 원료 공동구매와 영업 등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고 지난 3월에는 정기주총을 앞두고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를 예고했다. 이에 반발한 영풍 측 사내이사는 주총 개최를 위한 이사회 불참으로 대응했고 정족수 미달로 서린상사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기주총도 개최되지 않았다. 이후 고려아연은 법원에 임시총회 소집을 신청해 이번에 뒤늦게 서린상사 임시주총이 개최된 것이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가 새로운 이사진과 전문 인력이 합류해 본격적으로 경영 정상화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임시주총에 이어 열린 서린상사 이사회에서는 재무전문가로 서린상사 대표직을 맡아온 이승호 고려아연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선임했다. 백순흠 고려아연 부사장도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김재선 전 서린상사 대표는 영업활동 강화를 위해 부문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승호 서린상사 대표이사 사장은 고려아연의 부사장으로 작년 11월 서린상사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재무 분야 전문가로 고려아연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다. 백순흠 신임 대표이사는 고려아연 부사장으로 인사와 조직관리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에서 인사담당 임원을 거쳐 지난 2016년부터 작년까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김재선 사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서린상사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고려아연 내 비철금속 해외영업 전문가로 서린상사 설립자인 최창걸 명예회장을 오랜 기간 보필한 인물이라고 한다. 고려아연 DNA와 함께 서린상사 창립 정신을 되살릴 적임자로 여겨진다.

이번 정비를 통해 서린상사는 재무와 조직, 해외영업 등 전문성에 기반한 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경영 안정화와 함께 사업 실적을 조속히 회복하고 비철금속 수출 기업으로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서린상사는 이번 이사회에서 본점 이전 승인의 건도 의결했다. 고려아연과 함께 본사를 서울시 종로구 소재 그랑서울 빌딩으로 옮길 예정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재무와 조직, 해외영업 등 서린상사 각 부문을 이끌 전문 인력들이 전진 배치됐다”며 “고려아연 DNA를 되살려 서린상사의 실적을 조속히 개선하고 글로벌 톱티어 비철금속 무역상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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