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고물가 속 주목받는 공매
캠코의 전자입찰시스템 인기… 22년간 누적 거래액 107조 원
귀금속-골프 회원권 등 품목 다양… 경매처럼 법원 갈 일 없어 편리
경기 침체 속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알뜰한 소비자들 사이에선 공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내놓은 국·공유 재산이나 세무서나 검찰 등이 압류한 재산을 파는 것을 말한다. 법원 경매는 경쟁률과 낙찰가가 이미 높아진 상태인데, 공매는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공매는 대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전자입찰시스템 ‘온비드’와 관세청에서 진행된다. 품목이 다양해 ‘온라인 만물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흔히 알려진 부동산 외에도 명품, 귀금속, 자동차, 항공기, 골프 회원권, 호텔 피트니스클럽 회원권, 상가 운영권 등도 공매 대상이다. 세관 공매는 면세 한도를 초과한 물품이나 적발된 밀수품 등이 주로 대상이 된다. 관세청은 수탁 판매기관을 정해 온·오프라인으로 공매를 진행한다.
공매의 장점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초 입찰 가격은 시세와 비슷한 감정평가액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압류 재산은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입찰가가 10%씩 하락한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입찰할 수 있어 경매처럼 법원을 직접 찾아갈 필요도 없다. 국유 재산으로 허위 매물이 거의 없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캠코에 따르면 2002년 시작한 온비드의 올해 3월 말 기준 누적 거래액은 107조5000억 원에 이른다. 입찰 참가자 수는 271만7000명, 거래 건수는 총 54만6000건이었다.
공매 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는 부동산이다. 캠코의 압류 재산이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단독주택은 5월 122억1234만 원에 낙찰됐다. 최초 감정가 118억2697만 원에서 약 4억 원 높은 금액이다. 자동차도 인기 공매 품목 중 하나다. 감정가 1600만 원짜리 레인지로버 스포츠 3.0 차량 1대는 2200만 원에 새 주인 품에 낙찰됐다. 인천지방검찰청이 내놓은 순금 골드바 1점은 감정가가 8815만6500원이었는데, 1억180만 원에 팔렸다.
온비드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부동산은 축구장 12개 크기의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서울 강남구·7만9342㎡)였다. 2014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낙찰받았다. 당시 감정가는 약 3조3346억 원으로, 현대차그룹은 감정가 대비 3.2배 비싸게 샀다.
앞으로 새 주인을 기다리는 공매 품목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다음 달 22∼24일 최초 입찰을 앞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소재 타워팰리스 164.97㎡(약 49평)형이다. 캠코의 압류 재산인 이 물건의 감정가는 49억7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무인도도 판매대에 올랐다. 다음 달 8∼10일 입찰 예정인 전남 고흥군 포두면 소재 무인도(8271㎡ 규모)는 1억2654만 원의 감정가를 책정받았다.
다만 부동산 공매에 참여할 때는 권리관계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압류 재산은 임차인에 대한 명도 책임이 낙찰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아파트를 낙찰 받았는데 세입자가 살고 있을 경우 그에게 법에 따라 이주를 요구할 수 있는 명도 소송 비용을 낙찰자가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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