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Biz] 휴림로봇
‘AI 자율제조’ 프로젝트 착수… 설비 제어-공정 최적화 등 수행
휴림에이텍 이어 이큐셀 인수 도전… 기술적 시너지로 기업 가치 높여
제조산업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 중심에서 기계 중심으로, 기계 중심에서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제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사람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는 변화를 산업 현장에선 ‘AI 자율제조’라고 부른다. 자율제조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정부를 비롯해 학계와 국내 기업 현장 곳곳에서 AI 자율제조를 제조업의 미래로 평가하며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AI 자율제조 전략 1.0’의 핵심 정책인 ‘AI 자율제조 10대 선도 프로젝트’ 선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AI 자율제조 전략 1.0은 AI를 기반으로 로봇, 장비 등을 제조 공정에 결합해 생산 고도화와 자율화를 구현하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업종별 AI 자율제조 공장 모델을 구축해 민간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제조업 생산성을 지금의 2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AI로 여는 제조업의 미래… “실적으로 입증하겠다”
휴림로봇은 지난 11일 2차전지 장비 업체 ‘이큐셀’ 인수 및 운영자금 목적으로 720억 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유상증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김봉관 대표는 ‘초격차 AI 자율제조’ 인프라 선도를 위해서 유상증자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구구조 변화와 생산성 저하 등 우리 제조업이 직면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조업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유상증자 성공 후 로봇 사업과 장비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휴림로봇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을 장전하고 AI 자율제조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회사의 퀀텀점프를 위해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번 유상증자가 운영자금 확보 외에도 신사업을 위한 포석임을 강조했다.
휴림로봇은 최근 제조업 혁신의 물결인 자율제조 부문에서 이슈 메이커로 부상했다. 유상증자 성공 후 로봇 사업과 장비 사업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해 AI 자율제조 부문 선도 기업으로 단숨에 뛰어오르겠다는 구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주요 사업인 로봇 사업의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AI 자율제조는 제조 전 과정에 AI 기반의 로봇과 제조 설비를 활용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미래 생산 환경을 말한다. 궁극적 목표는 제조 공정에 인공지능이 결합되면서 공정을 완전히 자동화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공장을 의미한다. 딥러닝과 컴퓨터 비전 기술을 통해 제품의 결함을 자동으로 검출하고 생산의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능형 제조 환경이다. 무인 제조 환경이 구축되면 갈수록 심화하는 인력난 대처는 물론 생산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
가장 혁신적인 점은 AI 시스템이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기계에 의해 공정이 단순히 반복 수행되는 자동화를 넘어 AI가 의사결정, 설비 제어, 공정 최적화 등을 능동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특히 AI 자율제조는 생산 효율성의 획기적 개선뿐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탈탄소화, 인건비 증가에 따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AI 자율제조 시장은 현재 개화 단계에 불과해 향후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제조업의 지능화 수준은 24% 정도로 대부분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산업부, 제조에 AI 결합, 올해 1000억 원 지원
정부가 AI 자율제조 기술개발에 5년간 1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어서 관련 종목에도 일제히 파란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AI 자율제조 공장 확산에 올해에만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 9% 수준인 AI 자율제조 확산율을 30% 이상, 제조 생산성을 20% 이상 높인다는 복안이다.
휴림로봇의 사업다각화는 제조업 효율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한 AI 자율제조 플랜의 내용과 그 방향성이 같다. 로봇 기술 및 장비 기술,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해 AI 자율제조가 필요로 하는 기술적 환경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자체 보유한 기술에 더해 최근 AI 반도체를 개발 및 양산하고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디퍼아이의 이상헌 대표를 사내이사로 영입하는 등 AI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행보에 누구보다 앞서 있다. 디퍼아이는 직접 설계한 에지형 AI 반도체를 활용해 인스펙션 장비를 개발하는 등 이미 AI 자율제조를 위한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림로봇은 또 이큐셀 인수로 인해 로봇과 AI 기술을 더욱 다양한 장비에 적용할 수 있게 되면서 AI 자율제조에 적합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AI 관련 기술을 보유한 다양한 기업을 계열사로 둔 휴림로봇은 단순 로봇 대신 장비 및 공정 단위에서 AI를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AI 기술 도입을 위한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고 조직을 구성하는 등 사업 구조 개편을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로봇에서 장비로 사업 경계 확대 기술적 시너지
휴림로봇은 지난 2023년부터 로봇 산업의 전방 산업인 장비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 자사의 웨이퍼 이송 로봇(WTR)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반도체 웨이퍼 이송장치 ‘EFEM’을 개발했다. EFEM은 반도체 제조 공정의 효율성과 웨이퍼 성능을 향상하는 핵심 장비다. 이 회사는 또 2차전지의 주요 부품인 ‘터미널 플레이트’를 검사하는 장비의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과 터미널 플레이트 검사 장비 납품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디스플레이 산업에 활용될 신규 장비도 개발하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 등의 후면 패널에 적용되는 필름 부착 장비를 제작하고 있으며 최대 49인치 모니터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장비를 고도화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휴림로봇은 다양한 2차전지 장비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차세대 2차전지 셀렉터 시스템 장비의 외주를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선다. 올해는 셀렉터 시스템 시험 생산을 진행할 예정이다. 셀렉터 시스템은 2차전지 방전 후 트레이 셀들의 id 값을 인식해 선별하는 시스템 장비다. 휴림로봇의 장비 산업 진출은 국내 로봇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기술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차별성을 갖추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매년 산업용 로봇 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전망도 밝다. 장비 시장 또한 큰 폭으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425억9000만 달러(약 59조 원)로 추정되며 2029년에는 798억7000만 달러(약 1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24∼2029년 예측 기간 중 복합 연간 성장률(CAGR)은 13.40%로 전망됐다.
소방 로봇 등 로봇 활용처 확대를 위한 노력
휴림로봇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물류 로봇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년 전인 2004년부터 자체 개발 생산해오던 물류 로봇 테트라의 5번째 모델인 ‘TETRA DS-5’의 활용처를 넓혀 나가는 중이다. 최근 물류 로봇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물류센터, 공장 및 물류창고, 병원·요양원·호텔 등 대형 건물에서의 물류 이송, 재고 관리 및 라스트마일 배송 등 여러 분야에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인포메이션의 ‘자율 이동 로봇(AMR): 세계시장 전망 및 예측(2023-2028)’에 따르면 물류 로봇 시장이 2022년 86억5000만 달러(약 12조 원)에서 2028년까지 18.29%의 연평균 복합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휴림로봇은 그 적용처를 물류 외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파라텍은 TETRA DS-5를 활용한 소방 로봇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파라텍의 소방 로봇은 무인 환경에서 화재 감지 및 진압 역할을 하는 스마트한 제품이다. AI,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소방 활동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로봇으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라텍은 관련 기관과 협업을 통해 화재 현장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로봇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
2차전지 장비 업체 이큐셀 인수 ‘속도’
휴림로봇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외형을 키우는 한편 내실을 다져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휴림로봇은 지난 2022년 5월 휴림에이텍(구 디아크)을 인수해 거래 재개시키며 상장폐지 위기에서 구해낸 바 있다. 최근 발표한 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억 원 성장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해 인수 이후 8분기 연속 흑자를 발표하며 안정적인 경영 상황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2차전지 장비 기업 이큐셀 인수의 성공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휴림로봇이 유상증자를 통해 이큐셀 인수 자금을 확보 중인 만큼 향후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휴림로봇은 이큐셀 인수를 통해 로봇·장비 제조업 간 전후방 산업의 수직 계열화로 인한 시너지를 발생시키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큐셀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회사로 반도체 후공정 기술(EMI), OLED 진공 및 이송장치, 뉴플라즈마 시스템(NPS), 초정밀 정렬 기술과 2차전지 배터리 패키지 공정 자동화 장비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큐셀의 기술과 휴림로봇의 로봇 기술을 결합해 △로봇, 부품의 단순 조립 가공 최소화 △장비 개발·제조를 통한 사업 고도화 등 다양한 기술적 시너지가 기대된다.
휴림로봇 관계자는 “양사의 기술 및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해 사업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큐셀의 상장 적격성 실질 검사에 대한 핵심 사유를 해소함으로써 이번 계약 체결을 통해 기업 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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