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올들어 7.8% 껑충… “1400원대 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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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하 지연에 1380원대 상승
원화가치 하락폭, 신흥국보다 커
수입물가 뛰며 국내 물가 압박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최고치를 다시 쓴 가운데 올 들어 환율이 7%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등으로 환율이 다시 1400원에 육박하자 외환당국은 전격적으로 국민연금공단과 맺은 외환 스와프(맞교환) 거래 한도를 늘리며 대응에 나섰다. 정부와 여당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한국은행이 조기 피벗(통화 정책 전환)에 나설 경우 환율이 14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신흥국보다 큰 원화 가치 하락세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21일 원-달러 환율은 연초보다 7.8% 상승한(원화 가치는 하락) 1388.3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올 4월 16일(1394.5원) 이후 2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10원 넘게 오르며 최근 들어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이 뛰고 있는 건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일본이나 중국 등 주변국의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원화 가치 하락세가 커졌다. 일본의 엔화 가치는 연초 대비 12.5% 떨어졌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달러당 7.1196위안으로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원화 가치 하락 폭은 신흥국의 통화 가치 하락 폭보다 더 크다. 2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건의 신흥국 외환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4.4% 하락했다. 2020년 상반기(1∼6월) 이후 최대 낙폭인데도, 원화 가치 하락 폭보다는 작다.

정부는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자 외환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21일 국민연금과 맺은 통화 스와프 거래 한도를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국민연금은 기금 적립금의 40%가량을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투자를 위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하면 달러 가치는 더 오르고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화를 받는 대신 외환보유액에서 직접 달러를 주는 외환 스와프 거래를 시행해 왔다.

● “한국이 금리 먼저 내리면 1400원도 뚫을 것”

정부와 여당이 압박하고 있는 선제적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이미 역대 최대인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먼저 인하하면 환율이 안정세를 찾을 수 있지만 한국이 먼저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환율이 1400원도 뚫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키우고 있다. 올 들어 수입물가지수는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통상 수입물가지수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환율 상승은 올 하반기(7∼12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이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월 연속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금 유출 우려도 기우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에서도 엔화 가치 하락이 수출 기업 실적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환율#금리인하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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