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상속세’ 전쟁, 누가 얼마나 내길래? [세종팀의 정책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4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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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력이 너무 크다.”

상속세 개편에 관한 질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획재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정도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손질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회적으로 너무 민감한 이슈라는 얘기였습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없으면 개편이 쉽지 않다는 얘기였는데 이런 상속세 개편 논의에 최근 불이 세게 붙은 모습입니다.

오늘은 왜 상속세 개편 논의가 나오게 됐는지를, 누가 얼마나 내는 세금인지를 중심으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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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이 띄운 상속세율 ‘30%’

최근 상속세 개편 논란에 결정적으로 불을 붙인 곳. 다름 아닌 용산 대통령실입니다.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이 얼마 전 “우리나라는 대주주 할증을 제외하더라도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로 되어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6.1% 내외로 추산된다”며 “최대한 30% 내외까지 일단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얘기한 것인데요.

이날 성 실장은 “부자 과세 이슈가 아니라 원활한 기업 상속 문제가 이루어지게 하고, 또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인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이 중산층 세 부담 완화와 최고세율 인하를 중심으로 상속세 개편을 얘기한 것입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뉴스1


● 지난해 2만명 납부 결정… 전체 사망자의 5.7%

최근 국세청이 내놓은 지난해 상속세 통계표 하나를 보면 왜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데요.



이 표를 보면 상속세는 2019년에만 해도 8357명이 내던 세금이었는데 최근 수년 동안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지난해 2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내는 세금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년 사이에 상속세를 내야 하는 사람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인데요.

상속세는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 곧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부과되는 세금인데요. 국내에서는 재산을 받는 사람, 곧 상속인이 아니라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부과됩니다.

지난해 국내의 사망자가 35만 2700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의 약 5.7%가 내는 세금이 된 것입니다.

● “현재 기준 유지하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

전체 사망자의 5.7%가 내는 세금을 ‘중산층 세금’으로 볼 수 있느냐, 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를 수 있을 듯합니다.

다만 세무 당국은 현재의 기준이 유지될 경우 상속세를 내는 사람의 숫자와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이 ‘정해진 미래’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속세를 내야 하는 기준을 뜻하는 과세표준과 세율 구간이 1999년에 조정된 이후 26년째 고정돼 있는데 그동안 부동산 가격 등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인데요.

세무업계에서는 현재의 공제액(일괄공제 5억 원, 배우자 공제 5억 원)을 고려하면 배우자가 있는 경우, 상속 재산이 10억 원이 넘는다면 상속세를 낼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자 없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라면 10억 원 미만에서도 충분히 부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서울 혹은 대도시 핵심지 아파트 한 채만 빚 없이 보유하고 있어도 이 집을 물려줄 때 상속세를 내야 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한 말은 아닌 셈입니다.

서울 여의도 아파트 일대. 뉴스1


● 최고세율 60%… 대기업 오너 사망 시점에 따라 ‘상속세수 널뛰기’

앞서 표에는 사실 상속세 과세 인원보다 결정세액이 더 눈에 띄는데요.

2019년 2조8000억 원이었던 상속세 결정세액이 2020년 4조2000억 원, 2021년 4조9000억 원으로 늘었다가 2022년에는 19조3000억 원으로 폭증한다는 점입니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정부의 주요 세목 가운데 이 정도로 널을 뛰는 세목은 상속세뿐인데요.

이런 ‘상속세 널뛰기’는 대기업 오너의 사망과 최고 60%의 상속세율이 결합한 결과입니다.

예컨대 2022년 결정세액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세 약 12조 원이 포함되면서 20조 원 가까운 상속세액이 결정된 것인데요.

국내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명목상 50%이지만 최대 주주의 주식 상속분에 대해서는 20%가 할증되면서 최고 60%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물려준 재산 역시 상당 부분이 주식이었기 때문에 최고 60%의 상속세율이 적용되면서 1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운 상속세가 부과된 것입니다.

● 김정주 넥슨 창업주 유가족, 현금 대신 주식으로 상속세 물납

그러면 2022년에 비해서는 줄어들었지만, 2021년보다는 훨씬 큰 2023년 상속세 결정세액 12조3000억 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세무업계에서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상속세가 포함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경우 약 6조 원대의 상속세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유가족들은 지주회사 NXC의 지분 약 4조7000억 원어치를 정부에 ‘물납’한 바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속세 발생으로 현금을 마련하지 못한 유가족들이 현금 대신 주식으로 상속세를 낸 것입니다.

2021년에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2022년에는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상속세를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세는 신고 이후 9개월 이내에 결정된다.


● 실제 개편 방향성엔 여야 ‘이견’


요약하자면 상속세는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20년 넘게 그대로인데 재산의 규모는 자연스럽게 커지면서 납부 대상이 늘어나고 있고, 높은 최고 세율로 수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는 사례도 종종 나타난다, 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모습인데요.

다만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에서 입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야당에서는 ‘중산층 세금’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미세조정을 얘기하고 있어서 최고 세율을 포함한 대대적인 개편은 쉽지 않은 과제로 보입니다.

여당 역시 큰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최고 세율 하향 등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인데요.

이에 따라 여당에서는 인적공제와 일괄공제 금액을 우선적으로 인상하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우선적으로 논의되고 모습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폭발력이 큰 상속세 개편이 어떤 틀을 갖춰갈 지, 앞으로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세종팀의 정책워치#상속세 개편#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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