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 C커머스의 위협과 한국 유통시장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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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국내 유통 산업은 구조적인 정체기에 진입하고 있다. 높은 물가와 가처분소득 감소에 따라 구매력 저하가 지속되면서 소비 침체도 장기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 시기를 틈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필두로 한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C커머스는 제조사와 고객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도 발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현재의 높은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중국 직접구매(직구)액은 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품질이나 규제 이슈, 소매 판매에서의 낮은 직구 비중, 사업의 지속 가능성 등은 C커머스의 위협을 제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다만, 부정적인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국내 유통사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은 엄청난 강점이다. 앞으로도 중국 직구는 고성장이 예상되고, C커머스의 영향력과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유통업체에는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커머스 산업은 팬데믹을 지나면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유통 산업의 핵심 이슈는 성장이 아닌 생존과 차별화다. 너도나도 최저가와 빠른 배송을 앞세우면서 이커머스의 차별성은 사라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남들과 달라야 한다. 차별화 전략이 상위 업체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쿠팡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6조 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 물류 인프라를 고도화해 왔다. 향후 3년간 2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브랜드 파워가 확실한 일본 직구 상품 무료 배송을 비롯해 쿠팡플레이·쿠팡이츠 등 신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C커머스의 위협을 극복하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은 아직 C커머스에 대한 대응 전략이 부족하다. 본업인 오프라인에서 본진을 강화하고 있을 뿐이다. 이마트와 롯데쇼핑 모두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온·오프라인 통합 운영 영역을 넓히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통합 구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커머스 분야에서 일찌감치 버티컬 커머스로 선회하며 C커머스의 영향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다른 오프라인 업체들도 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C커머스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경쟁 심화는 제조업체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유통 업체 간 제품의 최소 수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의 반사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대형 브랜드를 보유한 식품업체 등은 협상력이 상승하면서 큰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판매 채널인 케이베뉴(K-venue)는 판매처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제조업체들의 매출 상승 요소다. 또 입점 및 판매 수수료 무료 정책은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c커머스#한국 유통시장#중국 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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