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시절을 상징하던 보릿고개가 옛날 이야기가 돼 버린 것은 사실 50년도 채 되지 않는다. 1950년 6·25전쟁으로 농업 경제는 붕괴됐고 1960, 70년대에도 농업 생산은 부족해 추수가 끝나고 보리가 수확되는 동안 배를 곯아야 했다. 1980년대가 돼서야 비로소 정부의 쌀 절약 정책과 함께 기존 벼보다 생산성이 30% 높은 통일벼가 국토에 퍼지면서 식량 자급을 이룰 수 있었다.
식량안보를 위한 농업의 중요성을 알기에 산업화, 정보화 시대에도 농업 지원 정책은 계속됐다. 쌀 직불금으로 농가 소득을 보존했고 한국농어촌공사를 주축으로 농어촌 정주(定住) 여건을 개선하고 안전한 영농환경을 구축하는 등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써 왔다.
하지만 농업과 농촌 위기는 여전하다. 가장 주된 요인은 농업 인기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농림어업 종사자는 전체 인구 5.2%에 불과하고 40세 이하 농업인은 1%를 넘지 못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같이 농업과 농촌을 위협하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약화된 농업 경쟁력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위기에 직면하게 했다.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보릿고개를 어떻게 넘을지가 과거 주요한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여러 위기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해결책을 그려 내야 할 때다.
그 시작은 농업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와 농촌의 임금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고 전문직같이 월급과 근무여건이 좋아 경쟁력이 높은 직업이 선호되고 있다. 농업이 중요하다는 말만 내세우지 말고 농부가 인기 있는 직업이 되고 농업이 주목받는 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농업 기술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농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농업인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지원하며 보급해야 한다. 동시에 농촌 난개발을 방지하고 농촌 공간 재구조화와 재생을 위한 체계적인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새로운 공간 조성은 농촌 고령화와 지역 소멸을 예방하면서 안정적인 농촌과 농업 정착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지만 농업과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국가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정부 및 지역사회, 학계를 비롯해 온 국민이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을 창조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고 더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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