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내일 나스닥 상장
야놀자도 내달 SEC에 서류 제출
인지도 높여 글로벌 투자 유치 유리
대어 빠진 국내 증시 활력 잃을수도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네이버웹툰, 야놀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미국 증권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이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것은 해외 증시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는 등 유리한 점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25일 미국 나스닥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본사이자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27일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가 지분 71.2%를 보유한 대주주다. 라인야후는 28.7%를 보유하고 있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주당 18∼21달러(약 2만5000∼2만9000원)로 공모가 상단 가격을 적용한 상장 후 기업가치는 최대 26억7000만 달러(약 3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네이버웹툰이 상장을 통해 5억 달러(약 6925억 원)를 조달할 수 있다고 봤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이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투자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웹툰은 원작뿐만 아니라 드라마·영화 제작,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 등 확장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다. 탄탄한 국내 콘텐츠를 기반으로 큰 규모의 글로벌 투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투자를 유치한 이후 나스닥행을 추진해 온 야놀자는 다음 달쯤 SEC에 서류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을 통해 4억 달러(약 5473억 원)를 조달할 계획이고 기업가치는 최대 1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국내 증권시장이 아닌 해외 증권시장으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에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줄곧 상장기업들이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되는 등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현재 주식시장이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박스권에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상장 절차가 까다로운 나스닥에 입성할 경우 글로벌 기업으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미국 증시로 향하는 이유다. 나스닥 시장 입성을 위해서는 재무 건전성, 지배구조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재무나 회계, 투자 부문에서 기업이 선진화됐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다만 미국 증시 진출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상장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과제다. 쿠팡의 경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이후 이렇다 할 성장 모멘텀 없이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도 엔데믹 이후 콘텐츠 수요가 줄어들면서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네이버웹툰이나 야놀자 등 대어급 IPO 매물들이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증시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뜩이나 국내 증시가 성장 동력을 잃고 ‘박스피’(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코스피)라는 조롱까지 받는 상황에서 대어급 IP 매물 이탈이 가속화할 경우 국내 증시의 미래 성장 동력이 식을 수 있다.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IPO 공모 시장이 최근 활황인데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로 간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증시의 역동성이 떨어지다 보니 성장성 높은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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