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전지, 오프가스 발생때가 ‘골든타임’…美 관련 연구 활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7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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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오프가스(OFF-GAS)’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프가스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온도가 순식간에 수백 도까지 올라 불이나는 ‘열폭주’에 앞서 분출되는 가스다. 본격적인 폭발에 앞서 나타나는 전조증상인 셈이다.

미국은 10여 년 전부터 오프가스를 연구하고 있으며 오프가스 관련 규정도 마련해 두고 있다. 오프가스가 발생했을 때 재빨리 대처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국은 오프가스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27일 소방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배터리 폭발에 앞서 20여초 동안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이것이 오프가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화성시의 리튬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이틀날인 25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시작되고 있다. 2024.06.25 사진공동취재단
오프가스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가연성의 증기와 기체를 말한다. 배터리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서 전해질이 끓어오르게 되는데, 이때 내부 압력이 증가하면서 내부에 있던 오프가스가 배출된다. 흰색 연기의 형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프가스가 배출된 이후 열 폭주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수 초에서 수 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 시간이 배터리 사고 방지를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오프가스 발생 후 열 폭주로 이어지는 사이 시간이 골든 타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때 배터리 온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며 “흰 연기가 날 때 늦었다 싶으면 바로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4.6.25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은 오프가스가 감지되면 배터리 온도를 낮춰 화재를 막는 설비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다. 미국은 2008년 미 해군에서 발생한 리튬 배터리 화재 사고 이후 민간 기업들과 함께 오프가스 탐지 센서 장비 개발에 나섰고 상용화까지 이뤄냈다. 오프가스가 감지되면 배터리 내부에 더 이상 부하가 가해지지 않도록 하거나, 배터리 온도를 낮춰서 열 폭주로 이어지는 걸 막는 방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오프가스 설비 장착이 의무화는 아니다. 그러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사용하는 일부 기업들은 자율적으로 오프가스 감지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미국 내 화재 예방 관련 표준을 만들고 있는 미국화재예방협회(NFPA)는 배터리 저장장치에 관한 ‘855 규정’에서 오프가스가 발생할 때의 온도나 가스 성분 등에 대한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프가스를 통한 배터리 화재 예방 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은 오프가스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다. 오프가스 관련 규정도 없다. 한 소방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연구와 실증이 매우 미비하다. 전기차에도 오프가스 센서를 달아서 배터리 화재를 막자는 아이디어가 제기 되고는 있으나, 제조사는 비용 문제가 있어서 소극적”이라며 “오프가스에 대한 연구와 실증이 더 활발해져야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신뢰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오프가스#열폭주#소방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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