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원자력 수요 증가와 국제 정세 불안 등으로 우라늄 자원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도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해졌다.
원자력 이용 확대는 세계적 추세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작년 11월에 있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2개국이 2050년까지 원전을 3배 확대하겠다고 서약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자력 이용 확대가 불가피하다.
세계 우라늄 시장은 불안하다. 늘어나는 우라늄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핵연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우라늄 원광부터 중간 생산물까지 각종 우라늄 자원이 거래된다. 우라늄 자원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시설 확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우라늄 광산 개발에는 긴 시간과 큰 재원이 선행 투자돼야 한다. 우라늄 자원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을 제때 늘리기란 매우 어렵다.
국제 정세도 우라늄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재를 받으면서, 러시아가 큰손이었던 우라늄 농축 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우라늄 농축 서비스 가격은 2018년 대비 5배나 치솟았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러시아산 저농축우라늄의 미국 내 수입 금지 법안도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이 법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불가피할 때는 2028년 1월 1일까지 법 적용을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미국은 대러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방 국가에도 동참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우라늄 자원 시장에서 러시아의 공백을 단기간에 메울 나라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우라늄 자원 공급 부족 상황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정세도 패권국 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단기에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우라늄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우리나라는 필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원전 가동 중단으로 대규모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의 우라늄 확보 대책도 시장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 공급이 부족해진 시장에서는 물량 확보가 급선무다. 우라늄 광산, 농축시설의 공동 개발 또는 지분 투자 등 우리의 필요 물량을 확보하는 방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최근 우리 정부가 카자흐스탄과 우라늄 등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합의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미국과도 협력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 협정을 맺고 다양한 원자력 협력을 해나가고 있다. 미국은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 제8조를 통해 우리나라에 저농축우라늄 공급 보장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정부는 협상 전략을 수립한 후 양국 간 저농축우라늄 공급 보장에 관한 협상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 협상 개시가 너무 늦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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