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의 2분기(4~6월) 실적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앞서 1분기(1~3월)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을 털어내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밀리고 있는 가운데 가계와 기업대출이 늘면서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1~6월)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8조7462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상반기(9조1827억 원) 대비 4.8% 줄어든 수치인데요. 여기서 금융지주들이 H지수 ELS 자율 배상과 관련해 충당부채로 인식한 1조3234억 원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10조 원을 넘기게 됩니다. 사실상 역대 최대 실적인 셈이죠.
4대 금융은 올 2분기에만 지난해(4조2813억 원)보다 5.5% 증가한 4조5176억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KB금융의 실적이 1분기 1조491억 원에서 1조4488억 원으로 40% 가까이 늘어나면서 ‘리딩 금융’ 자리를 탈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 대출 증가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기업대출과 더불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분 6조 원 중 5조7000억 원이 주담대에 해당했습니다. 기업대출도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
최근 홍콩H지수가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27일 홍콩H지수는 6,324.05로 장중 5,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던 올해 1월 22일(5,001.95)보다 26.4% 올랐습니다. 지수 상승으로 ELS 배상액 규모가 줄면 관련 비용도 일부 환입됩니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ELS 충당부채는 2분기 결산에서 일부 환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은행별 환입 규모는 수십억 원에서 최대 수백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이자 장사’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한국은행은 전날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기 확대된 기업대출이 향후 은행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과거 금리 상승이 시작되고 4~6분기 이후부터 무수익여신이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인데요. 무수익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이자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여신을 말합니다. 시차를 두고 기업대출 부실이 확대되면서 은행의 대손비용도 상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4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54%로, 1년 전(0.39%)보다 0.15%포인트 올랐습니다.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61%)이 1년 사이 0.20%포인트 치솟았습니다. 한은은 “대손충당금 적립 등 미래의 부실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은행들이 기업대출 취급을 늘리는 것은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산업별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출 부실 우려뿐만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내외적 위험 요인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 만큼 금융지주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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